출산 준비를 시작했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열 번째


첫 출산은 늦다는 말에, 빠르면 1달 전쯤 출산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산기로 인한 입원과 퇴원 그리고 이후 조심해야 한다는 진료 소견에, 아가가 세상에 나올 때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변 지인들이 나에게 두 달 전부터 출산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출산 가방을 싼다는 것은 아가를 세상 밖으로 맞이할 직접적인 준비이자 나에게는 출산이라는 큰 경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이기에 좀 머뭇거렸다. 출산 가방 리스트도 많이 받았고,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엄마가 처음인지라 막상 준비하려고 하니 설레면서도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다들 엄마가 처음인 순간이 있었으니까, 나도 할 수 있겠지.


그동안 아가의 옷가지와 아가에 관련된 용품들을 사기도 하고, 주변에서 받기도 했지만 잘 몰라서 그냥 넣어두었었다. 서랍을 열어 아가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물건들을 엑셀 파일에 하나씩 써 내려갔다. 받을 때는 분명 설명을 들었는데, 이름만 알 뿐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는 물건, 이름조차 모르는 물건 등이 많았다. 하나하나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사용법을 보고, 이름도 찾아 엑셀 파일을 채워갔다.


주변의 조언대로 먼저 아가가 입을 옷들을 세탁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에 막 태어나서 입을 배냇저고리, 손싸개, 발싸개, 속싸개를 한쪽에 두었다. 그리고선 한동안 멍하니 액자에 있는 아가의 초음파 사진을 봤다. 옷을 입을 아가가 너구나.


슬슬 아가 전용 세탁기에 아가 전용세제를 이용해서 아가 옷을 세탁해야 한다. 먼저 받아놓은 아기 전용세제 샘플 중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전용세제 브랜드도 많고 세제와 섬유유연제도 종류가 많았다. 한동안 블로그를 보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제품의 샘플을 꺼내 들었다. 다음은 아가전용 세탁기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 삶아야 하는지, 그냥 세탁을 해야 하는지, 사용서와 블로그 글, 주변의 의견을 참조해서 아가 옷은 일반 세탁을 가재 수건들은 일반 세탁 이후 삶기로 마음먹었다. 내 옷이었다면, 세탁기에 넣고 아무 세제나 돌렸을 텐데, 세탁을 준비하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드디어, 새로 산 배냇저고리와 가재 수건, 속싸개, 손싸개, 발싸개를 세탁했다. 조그마한 아기 세탁기에 넣고 아기 옷 전용세제를 넣었다. 조산기가 있어서 되도록이면 누워있으라는 선생님의 말을 잘 지켜야 했기에, 일반 세탁을 누르고 누웠다. 38분의 세탁과정 중 섬유유연제를 넣을 시간이 되면 작은 아기 세탁기가 요란하게 울린다. 천천히 걸어가서 섬유유연제를 넣어준다. 그리고 또 누웠다. 한 번의 세탁이 모두 끝났다. 가재 수건들을 제외하고는 탈탈 털어 걸어둔다. 집이 서향이라 3시면 햇볕이 드는데 거실 한편에 말려두니 아가의 섬유유연제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다시 돌아가서 가재 수건들을 삶기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85분간 삶는다. 가재 수건이 많아서 다 널려면 오래 서있어서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세탁이 끝나는 시간과 신랑의 퇴근시간이 겹쳐서 오면 같이 널기로 했다. 85분이 지나고, 세탁기 소리가 난 지 3분이 지나 신랑이 퇴근했다. 한쪽에 널어진 아가의 옷가지를 보면서 아가 냄새가 난다, 손싸개, 발싸개가 너무 작은 거 아니냐면서 신기해했다. 그리고서는 신랑은 얼른 손을 씻고 가재 수건들을 널었다. 그동안 나는 따뜻한 볕에 마른 아가의 배넷저고리, 손싸개, 발싸개, 속싸개를 접어, 먼지가 끼지 않도록 비닐팩에 넣었다. 아기의 옷가지는 비닐 팩에 담겨 캐리어 한쪽에 넣었다.

아직 세탁할 것이 많이 남았지만, 오늘은 이만큼만 하기로 했다. 캐리어 한쪽은 아가의 물건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남은 한쪽에는 나의 물건이 들어가야 하니, 짐을 다 싸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누가 작은 한 걸음이 위대한 일에 첫걸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출산 가방을 싸기 시작하니, 출산이 임박해짐과 새로운 또 한 명의 가족, 육아가 곧 시작되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다.


내일은 겉싸개랑 남은 속싸개를 세탁해야겠다.

아가의 칸이 채워지면, 이제 캐리어의 내 칸도

채워야겠다. 그러고 보니 세탁하는 동안 배를 툭툭 치는 게, 아가도 좋은가 보다.


나는 신랑 그리고 아가와 함께 그렇게 출산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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