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치과가 뭐가 무서워요

아빠는 무서워...

by 하루종일

날짜: 5월 4일 목요일

날씨: ☀️


“아들! 치과가자“


첫째는 벌써 어금니 영구치가 났다. 앞으로 백년 가까이 써야 할 것이 지금 나왔다 생각하니 문자적 의미에서 역사적 순간이다.


어금니 오래 쓰라고 실란트 라는 걸 해주러 치과 예약을 했다. 그리고 각오를 했다. 치과에 데리고 가려면 얘를 뭘로 구워 삶아야 할지 고민했다. 불변의 원픽 맥치킨 버거를 사주면 될까, 아이스크림 정도면 될까, 아니면 레고 정도는 협상 카드로 내밀어야 먹힐까.


아들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아빠, 치과 멀면 씽씽이 타고 가게 해주세요. 제발요“


엥기는 말투의 제발요가 상당히 귀엽다. 방과 후 돌봄교실에 있는 형아들 책을 많이 보더니 이런 말투가 늘었다. 아무튼 아들은 치과 가는 것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아 했다. 뭐지 이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난 공포감 없음은? 유치 뺄 때 그렇게 쌩 난리를 쳐놓고?


치과 의자에 앉아서 브이를 하는 아들을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치과는 할아버지 집에 있는 안마 의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하늘색인 멋진 곳, 신기하게 생긴 기계들이 많아 볼거리가 풍부한 곳, 의사 간호사 샘들의 유머감각이 뭐 아주 유니크한 곳 정도려나 싶다.


d9abca755d47647b97d92583b1174832.jpg 유머감각이 뭐 아주 유니크하면 조폭도 무섭지 않다. 영화 '내부자들' 중



사람의 두려움은 대부분 경험의 증폭에서 비롯된다. 사랑니를 뽑는다고 잇몸에 드릴 좀 대 본 나니까 치과가 무섭지 우리 아들은 그저 해맑음이다.


아들. 무섭다고 생각하면 한 없이 두려운 세상일지도 몰라. 난 너가 오늘 치과 갈 때 같은 모습으로 새로운 세상을 대하면 좋겠어. 브이 한 번 하고 또 내일을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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