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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 Oct 22. 2023

03. 당신은 고민될 때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여행 계획 세우기 (1) 여행 경로 정하기

당신은 선택지가 다양한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점심메뉴를 정할 때, 친구와 영화를 고를 때,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 무엇을 할지?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나는 일명 '선택 장애'가 있다. 엄마는 늘 "넌 하늘이 무너질까 봐 어떻게 사니?"라고 물을 정도로 걱정도 많아서 고민되는 게 남들보다 많다. 심지어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결정을 하는 게 힘들다. 

인생은 b와 d 사이에 c라고 하던데. 

(birth와 death 사이에 choice라고 한다. - 장 폴 사르트르의 명언) 

선택만 잘해도 인생을 잘 산다는데, 나는 선택이 늘 어렵다.


한 달이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짐을 어떻게 싸야 할지, 말 그대로 배낭여행인데 배낭을 사야 할지 캐리어 가방을 사야 할지 고민되었다. 속옷을 얼마나 가져갈지, 옷은 몇 개나 가져가지? 두께는? 신발은? 모든 게 다 걱정이고 고민되었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고민은 여행 루트였다.


어디로 갈 것인가?

비행기는 어디로 도착해서 어디에서 출발할 것인가? (배낭여행할 때는 인/아웃이라고 표현한다.) 

항공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배낭여행의 시작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먼저 친구와 여행 루트를 결정하기로 했다. '배낭여행'하면 떠오르는 서유럽을 가기로 했다. 나는 못 가본 나라도 많았지만 스무 살에 떠난 패키지여행이 너무 아쉬웠기에 다시 가보고 싶었다. 그 패키지여행은 진짜 찍고 턴이었다. 보름 동안 다녔는데, 자다가 일어나 버스 타고, 버스에서 내리면 유명한 곳 사진 찍고, 가다가 내리라면 내려서 밥을 먹고, 다시 버스에 타라고 하면 탔다. 잠을 잔 호텔이 어디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다녀왔는데 다녀온 게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었다. 또한, 그래도 가봤던 곳이고 패키지 갔었던 계획표가 그대로 있기에 쉽게 루트를 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패키지 갔던 코스를 중심으로 썼다. 또, 네이버의 유럽 배낭여행하면 가장 대표적인 카페에 가입하여 다른 분들의 계획과 생각을 엿보고, 질문해가며 결정했다. 


먼저 "서유럽,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가자." 결정했다.


인 아웃을 결정해야 했다. 이것은 패키지여행을 갔던, 여행사의 사장님 아저씨 도움을 받았다. (패키지를 진행해 주셨던 사장님이시다.) 사실 인/아웃을 고민하는 중에 아저씨가 결정해 주셨다. 항공비, 쉬운 루트, 비행 편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주셨다. 패키지는 프랑크푸르트 인 파리 아웃이었지만, 이번 여행은 런던 인, 파리 아웃으로 결정했다. 서유럽 지도를 보면, 영국과 프랑스가 붙어있다. 그래서 런던 인, 파리 아웃을 하며 서유럽을 원으로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일명 시계 한 바퀴/반시계 한 바퀴라고 하는데 둘을 찍고 시계방향으로 도는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고민 해결 방법 1.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다.


그다음 어느 도시를 갈지, 어떤 루트를 통해 돌지, 숙소를 어떻게 정할지 정말 난관이었다.

먼저 우린 책, 여행 가이드북 두 권을 샀다. 가장 많이 팔리는 두 권으로 사서 각각 나눠가졌다. 며칠을 이야기해도 여행 계획 세우는 일이 지지부진하자, 우린 책을 각자 정독한 후 노트북을 각각 들고 만났다. "오늘 하루 안에 다 결정하자!"라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노트북을 각자 들고 동네 카페에서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완벽히 하지는 못했어도 날이 저물어 저녁이 될 때까지 동네 카페를 여러 군데 전전하며 머리를 맞댄 끝에 큰 틀은 하루 만에 결정했다. 한 카페에 오랜 시간 머물기 눈치 보여서 하다가 다른 카페로 이동하고, 밥 먹고 다른 카페로 이동하며 완성했다.


나는 누군가 친구끼리 배낭여행 갈 때, 이 방식을 추천하곤 한다. 각자 다른 공간, 자리에서 너는 이 부분, 나는 이 부분 나누어서 결정하기보다는 함께 같은 자리에 만나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즉각 그 자리에서 같이 보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이 방식이 결정하기도 쉽고 생각보다 시간도 덜 소요된다. 만약 두 명 이상이라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우린 하루 만에 큰 틀을 정했다. 이게 좋을지 저게 좋을지. 이 도시를 넣을지 말지 고민을 길게 하기보다는 각자 읽은 책을 토대로 지금 결정하는 게 맞다는 마음으로 길게 고민하지 않고 가지를 쳐내갔다. 루트를 정해주는 어플도 있고(자동으로 정해주더라),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가이드 북 책에도 세세하게 나와있어서 그대로 따라가도 된다. 우리는 그 여러 가지를 토대로 만들었다.

마지막까지 고민되었던 곳은 룩셈부르크였지만 일단 넣었다. 결국 못 갔지만.


대략적으로 짠 큰 틀 (날짜는 실제와 다르지만 방식은 동일하다.)


고민 해결 방법 2. 속전속결. 이 결정이 옳다. 지금 내가 맞다.


실제 간 곳은 계획에서 많이 빠졌다. 현장에서 빠진 곳이 옥스퍼드와 브뤼셀, 몽생미셸이었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다가 뺀 곳이 룩셈부르크, 하이델베르크, 제네바, 피사였다. 또 추가된 곳은 피렌체였다. 분명한 것은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여행 계획은 여유롭게 짜야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제외시킨 영국의 옥스퍼드와 프랑스의 몽생미셸은 같은 이유로 제외시켰다. 각각 런던과 파리 근교의 교외에 위치한다. 영국 옥스퍼드는 해리포터 촬영지로, 프랑스 몽생미셸은 바위섬 수도원으로 유명한 곳인데 처음에는 런던, 파리 일정을 길게 잡으며 당일치기로 넣었었다. 하지만, 런던과 파리에 각각 도착하고 나니 그곳에서도 보고 듣고 느낄 것은 넘쳐났고, 몇 시간을 이동해서 잠깐 보고 오느니 런던과 파리를 더 즐기기로 결정했다. '거기까지 갔으니 하나라도 더 보고 오겠다!' 싶은 사람들은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유롭게 천천히 현지인처럼 즐기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제외시켰다.


반면, 브뤼셀은 현장에서 안타깝게 제외되었다. 일정의 꼬임으로 인해 브뤼셀에서 잠시 멈추었다 가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기차를 예상과는 다른 시간에 타게 되어서 현장에서 눈물을 머금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반면. 구체적 계획을 세우다가 제외시킨 곳이 룩셈부르크, 하이델베르크, 제네바, 피사였다. 이곳들은 다 너무나 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지만, 우리의 모토는 "여유롭게 천천히!"였기 때문에 빠지게 되었다. 그곳들을 다 포함시키면 한 도시에 거의 1박 2일로 있어야 했기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니면 제외했다. 


이렇듯, 머리 터지게 고민해 결정한 일정은 여행을 하는 그 순간까지도 바뀌게 되었다. 바뀌어서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때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 사실, 바뀌었기에 더 만족스럽게 여행을 다녀왔을지도 모른다.


고민 해결 방법 3. 아무리 고민해봤자, 바뀔 수도 있고 또, 바꿔도 큰 일 안 난다. 그러니 마음 편히 결정하자!


최종 결정된 루트는

런던-프랑크푸르트-뮌헨-베니스-로마-피렌체-루체른-라우터브루넨-파리였다.

영국-독일-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5개국을 잠시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일정과, 루트, 비행기 표를 결정했으면 숙소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숙소를 최대한 다 섞어서 결정했다. 

한인민박(여행 당시에는 한인민박이었지만, 지금이라면 한국인이 운영하거나 한국어 소통이 되는 에어 B&B. 단 합법적인 숙소), 호스텔, 호텔 등을 다 섞어서 결정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런던으로 도착하기에 런던은 한인민박으로 결정했다. 


  한인민박은 어려운 점이 많다. 불법인 숙소는 꼭! 걸러야 한다. (대부분 불법이라고는 하는데 확인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다양한 문제점들이 많다. 우리가 한인민박을 선택했던 이유는 현지에서 필요한 정보와 한국어 소통이었다. 예를 들어 자주 바뀌는 대중교통 이용 방법이라던지, 미술관, 박물관 정보 등을 얻기 쉽다. 또한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집주인분이 계신다면 공항에서 입국심사나, 짐에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 시에 연락을 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영어로 어느 정도는 소통이 된다고 하지만 당황하면 소통이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 지금은 한국인 집주인이 있거나, 한국어 소통이 되는 합법적 에어 B&B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린 당시에 인가된 한인민박만을 이용하기로 (인터넷에서 최대한 확인 가능한 곳)했다. 처음 도착하는 런던, 정보가 많이 필요해 보이는 로마, 맨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에서는 한인 민박을 이용했다.


 호텔을 이용한 곳은 프랑크푸르트와 피렌체였다. 이동과 가까운 곳, 분위기가 좋은 곳 그러면서 싼 곳으로 최대한 검색해서 중개사이트를 이용해서 예약했다. 문제가 생기면 한국어로 사이트와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독어나 이탈리아어는 정말 모르니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한국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행사 사이트를 이용해 예약했다. 이곳들은 정보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대중교통을 크게 이용할 일이 없는 곳들이었다. 


마지막으로 호스텔은 뮌헨, 루체른, 라우터브루넨이었다. 이곳들은 가장 대표되는 유명한 호스텔이 있는 지역들이었다. 시내나 역에서 가깝고, 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가성비가 좋은 곳들로 검색 또, 검색해서 예약했다. 이곳들은 직접 예약하고 주변에 좀 싼 호텔(ibis나 holliday inn과 같은 숙소들) 들까지 혹시나 모르니 위치나 정보들을 알아두었다. 호스텔이 사실 한국에는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보니 걱정이 많이 되었다. 겁이 많은 우리는 무조건 둘이서 2인실을 사용하는 곳으로 했다. 다른 사람들, 특히 다른 인종들과 함께 써야 한다는 게 덜컥 겁이 났었다. 사실, 여행을 돌아보면 그 좋은 호스텔들을 가서 즐기지 못하고 겁만 내고 온 것이 아쉽긴 했다.

호스텔은 우리가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공용 식당과, 공용세탁실 등이 있다. 따라서 식비를 아낄 수도 있고 한식을 먹을 수도 있다. (한식이라 해봐야 컵라면이지만.) 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뭐 해 먹는지 구경 해 볼 수도 있다. 호스텔에서 공용세탁실을 이용해 세탁도 했다. 한 달이라고 티셔츠 30벌, 속옷 30개를 가져갈 수는 없으니 중간중간 세탁이 필요했다. 호스텔은 샤워실이나 화장실이 공용이기도 하나 2인실일 경우 딸려 있는 경우도 있다. 


숙소까지 다 예약하고 나면, 꼭 예약할 것들이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공연이나 경기 같은 것들.

우리는 영국에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기로 해서 미리 예약해야 했다. 물론 현장에서 살 수도 있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현장 당일 판매 표는 내가 갔을 때는 거의 없었다. 뮤지컬이 너무 감명 깊어 다른 뮤지컬도 보고 싶어서 현장 당일 판매 줄을 섰지만, 이미 솔드아웃인 날이 대부분이라서 더 보지를 못했다.

'뮤지컬 예약이 고민되는가? 영어의 바다에서 어려울까 걱정되는가?' 나는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 파워블로거들이 많은 나라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직접 사이트에서 어떻게 예약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인터넷 조금만 찾아보면 A부터 Z까지 차례차례 안내가 되어있는 블로그들이 많았다. 보고 차근차근 따라 하면 된다. 내가 궁금할 법한 질문에 대한 답과 잘 보이는 위치까지 추천해 주신다. 당황하지 않게 쉬는 시간이나 시설까지도 설명이 잘 되어있다.


이렇게 여행이 구체화되었다.


막연히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 예약등을 통해 (숙소 예약금, 비행기 표, 유레일 패스 등을 지불함. 현실임) 구체화되었고 실제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표로 달력처럼 만들어 정리했다. 정리해서 숙박정보와 함께 부모님께 프린트 한 장 해드리고 떠났다. 적어도 내 자식이 지금 어느 나라에서 어디에 있는지는 아셔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구체화 된 표 (날짜는 실제와 다르지만 방식은 동일하다.)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나니 여행이 가까워졌다.

다양한 선택지 들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또 하나를 선택해 나가다 보니 구체적인 계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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