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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 Oct 22. 2023

02. 당신은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나요?

여행은 언제 떠날 수 있을까?

  당신은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일단 시간이 안되니까.


그렇다면 만약 당신에게 한 달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바로 여행을 떠날 수 있나요?


한 달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당장 떠날 수 있나?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나를 둘러싼 환경 때문에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할 것이다. 돌봐야 할 가족 때문에, 해야 할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이 문제 때문에, 저 문제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 생각할 것이다. "이 일만 해결되면 떠나야지"


아마도 당장 떠날 수 있을 법한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들도,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도 생각할 것이다.

"지금 내 상황에 무슨 사치야. 일단 취직하고, 이번 시험만 합격하고, 이 자격증만 따고."


나도 그랬다.

유레일 패스의 유스 요금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2022년 기준, 만 27세)가 지나서야 떠났다. 그전까지는 계속 생각했다. "시험을 잘 봐야 떠나지. 내가 뭔가 이루어 내야 떠나지. 또 내가 한 달이나 집을 비우면 동생은 누가 돌보나?" 그런데 만 27세가 지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진짜 시험을 잘 보고, 무언가 이루어낸다면 나는 정말 긴 배낭여행은 떠날 수 없겠구나.

그땐 어딘가 소속될 것이고, 물리적으로 한 달이라는 시간은 불가능할 텐데.

사실은, 지금. 실패한 지금이 당장 떠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인 것 아닌가!


그리고 시험에 실패한 나는, 또 다른 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와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잠깐만 친구야, 시험이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떠나지 않으면 우린 영영 배낭여행을 못 가볼지도 몰라!

그렇게 나는 어린 시절부터 붙어 다녔던 단짝 친구를 꼬셨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고백하건대, 난 당시에 보던 시험을 영원히 포기했고, 어려운 다른 시험을 준비하던 친구는 합격해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 멋지다! 친구여!)


그리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계획은 총 한 달간의 배낭여행.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하지? 고민됐다. 그런데, 너무나도 흔쾌히 부모님은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배낭여행을 허락해 주셨다. 너무나도 쿨하게.

한 번은 문득, 생각이나 엄마께 여쭤보았다.

"나 배낭여행 갔을 때 말이야, 나는 그때 엄마가 그렇게 쉽게 보내줄지 몰랐어. 오히려 안된다고 할 줄 알았거든?"

엄마는 말하셨다.

"다 때가 있는 거야. 그때 아니면 언제 가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여행도 다녀봐야지."


사실 나는 거의 비슷한 코스를 대학교 1학년, 막 20살이 되던 그해 여름방학에 여행사 패키지 관광을 통해 갔다 왔었다. 그때도 사실 보름간의 여행기간 안에는 수강신청기간이라는 난관이 껴있었고, 대학생이 된 첫여름방학에 보름간 가족과 패키지여행을 간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가족과 함께 유럽까지 언제 가보나 싶었다.

그래서 까짓것 "고!"를 외쳤었다.

7년 후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게 될 그 친구에게 수강신청을 부탁해 놓고서. 단짝 친구가 같은 학교가 아니라서 다행히 수강신청기간이 겹치지 않았지만, 불행히도 우리 학교와 그 친구 학교와는 시스템과 방법이 매우 달랐다. 나는 단순한 설명만을 남겨두고 떠났었다. 수강신청 잘 못해도 정정기간에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근데, 같이 수업 듣기로 한 동기들보다 수강신청을 가장 완벽히 잘했었다.


나는 그랬다.

시험에 실패해도 지금이다! 생각하고 떠났고,

여행 기간 중 수강신청기간이 끼어있어도, 그냥,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엔 진짜 못 떠나게 되었다.

코로나가 있어서. 다른 문제들이 있어서. 일이 생겨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

작은 문제들은 과감히 눈을 감고서 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더 중요하다면 꼭, 지금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아니다 싶은 그 시기에 떠났다.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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