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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 Oct 22. 2023

04. 당신의 짐은, 충분히 혼자 감당할 수 있나요?

여행 계획 세우기 (2) - 짐 싸기


인생에 있어서 건, 여행을 갈 때건, 

당신의 짐은, 당신이 혼자 충분히 감당할 무게인가요?



여행 갈 때 짐은 어떻게 싸는 게 좋을까?

필요한 것 전부 넣어서 많이? 아니면 최대한 간편히?

배낭여행을 간다면 어떤 가방이 좋을까? 바퀴 달린 캐리어? 배낭?


아마도, 정답은 

"나 혼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짐을 싸는 것."

이다.


여행을 막 다녀와서 여행 카페 사이트에서 열심히 글을 단 적이 있다. 

그때 단골 질문 중에 하나가 

"배낭을 가져가나요? 캐리어를 가져가나요?", 

"캐리어 가방은 몇 인치가 적당하나요?"였다.


물론 짐을 기차역 라커에 넣을 수도 있어서 (단 한 번도 넣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작아야 했고, 한 달의 짐을 싸야 했기에 적당히 커야 했다. 무게는 항공사 규정에 의하면 목적지에 따라, 항공사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20kg 전후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게 정답이 아니었다.


적당히 24인치에 20kg의 무게를 채웠다고 하면, 난 잘 들 수가 없다

유럽의 배낭여행 특성상 기차를 많이 타게 되고, 기차역에는 계단이 참 많다. 기차에서 머리 위 선반에 올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또, 유럽의 도로는 왜 이리 울퉁불퉁한지 끌고 다니기 참 힘들다. 심지어 숙박업소에 따라서 엘리베이터가 매우 노후되었거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내 짐을 혼자 오롯이 번쩍! 들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 짐을 다 싸놓고 혼자 들어보면 된다. 방에서 거실까지 번쩍 들고 왔다 갔다 해보면 된다.


  실제로 기차와 기차 사이에 짐 싣는 칸에 빈자리가 없어 머리 위 선반에 짐을 올려놓아야 할 때가 있었다. 기차의 통로는 사람들이 다녀야 했고, 나는 자리가 한가운데였다. 꼼짝없이 짐을 머리 위 선반에 올려놓아야 했다. 나와 친구는 정말 낑낑거리며 캐리어를 올렸다. 그나마 둘이 힘을 합쳐 올려놓을 수 있었다. 또 기차역에서는 각자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라야 했다. 꽤 자주.


여자건, 남자건, 일행이 있건, 없건 간에

나의 짐은 내가 혼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캐리어 가방에 크기가 커질수록 무게도 비례하여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또 여행을 하다 보면 기념품을 사거나 하면서 오히려 가방에 짐이 늘어날 수도 있다.


나의 선택은 짐의 분산이었다.

나는 백팩, 24인치 캐리어, 옆으로 메는 핸드백. 이렇게 3개를 준비했다.

적당히 귀여워 보이는 백팩 하나를 캐리어 안에 넣어서 짐이 많아지거나 무거워지면 백팩에 넣어 메고 다녔다. 또 이동 중에도 백팩을 자주 사용했다. 돌아올 때는 캐리어 끌고, 빵빵한 백팩을 메고, 핸드백을 야무지게 옆으로 메고 들어왔다. 여행 중에는 소매치기를 하도 조심하라고 하니 옆으로 메는 핸드백. 백팩에는 소매치기가 가져가도 될 법한 것들을 멨다.


짐은, 무게를 최대한 줄였다.

내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무거운 것을 잘 못 든다. 나는 나를 잘 아니까, 최대한 가볍게 싸려고 했다. 무거우면 나는 못 든다. 빨랫줄로 사용할 수도 있고, 캐리어 가방을 묶어둘 수도 있는 줄을 챙겨 중간중간 빨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품이나 세면도구는 소분하여 중간중간 다 사용하면 버리며 갈 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식, 컵라면이나 반찬 등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현지 음식 잘 먹을 자신이 있었다.

필요한 옷이 있다면 현장에서 사도 참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여행 짐을 쌌다.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무게로.

무거우면 여러 개로 나눠서라도 내가 혼자 들 수 있게 만들었다.


인생에 있어서 나는 짐이 참 많다. 

성격상 이것도 저것도 다 주워 담는다. 

무조건 '언젠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담는다. 

사실 나는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보부상 친구 중 하나다. 커다란 가방에 이것저것 챙겨 다닌다는 그 친구. 코로나 때 다른 한 친구가 마스크를 잃어버려 난감해하자 '나 마스크 있어!' 하더니 가방을 열며 '무슨 마스크 줄까? 새부리형? 일반형? 검은색? 흰색?' 물었다는 그 친구.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만약을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이 꽤 많은 편이다.) 사실 나는 2박 3일 제주도 여행에도 작은 캐리어에 가득 담아가는 편이다.  배낭여행 짐도 나는 스스로 최대한 줄였다고 했지만, 옆에서 보던 엄마는 한숨을 크게 쉬셨다. "짐을 너무 많이 챙기는 것 아니니? 그거 다 가져갈 거야?" 하긴, 제일 처음 짐을 쌌을 땐, 캐리어 가방이 닫히지 않을 정도였으니. 나는 미리 싸놓은 짐에서 계속 계속 빼내어 짐을 완성시켰다.


  내가 감당하지 못할 무게의 짐을 싸면, 이리저리 낑낑거리고 들고 다니다가 어느 순간 너무 지쳐버릴지 모른다. 여행의 고단함 보다 짐을 들고 다니느라 더 힘들지 모른다. 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저 짐이 너무 짐짝처럼 느껴져 버려버리고 싶을 수도 있다.


짐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담아야 한다.

이것 두고 떠난다고 해서, 절대 큰일 안 난다.

인생에 있어서 그 짐. 내가 떠안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끌어안을 필요는 없다.


이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내 머리에, 내 마음에 차곡차곡 짐을 더 넣는다.

 감당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자꾸 담는다.


당신의 짐은,
당신이 충분히 혼자 감당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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