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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ontroppo Dec 11. 2019

우울할 땐 뇌과학

뇌의 상승 나선을 만들자

이곳에서 길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우울이 나를 괴롭혔을 때가 있다. 단순히 디프레션 무드일 때도 있었겠지만, 분명히 우울증이었을 때도 있다. 그때 날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분명히 이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내가 이 우울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같다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스스로를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만난 이 책은, 내가 다시 디프레션 무드에 빠지거나, 혹은 그보다 더 나아가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우울상태에 접어 들더라도 적어도 나를 의지박약이라 자책하게 되지는 않도록, 아니 정정, '덜' 자책하도록 도와주었다.(사실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우울 상태에 빠지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책의 저자 앨릭스 코브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이다. 15년 넘게 우울증을 '뇌 과학'의 영역에서 연구해왔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단순히 우울증을 과학적으로 연구만 한 사람은 아니다. 그 역시 우울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챕터마다 자신의 일상을 끊임없이 예시로 들고 있다. 뇌과학적 방법으로 우울증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적인 증거를 함께 제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이미 익히 알고 있던 방법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믿음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책에 의하면 우리의 우울증은 뇌 회로 간 의사소통의 문제다. 생각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못된 결과(p.38)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두 영역을 아울러 전두-변연계라고 하는데, 이 곳은 감정 상태를 조절한다. 그러니까 우울증에 빠졌다? = 이 곳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도 뇌의 다른 영역들과 신경전달물질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뇌 영역들이 만드는 회로가 하강나선을 그리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그렇다고 내 뇌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신경 회로와 동일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런이 연결되는 방식과 활동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마다 더 쉽게 활성화될 수 있는 회로가 다른 것이다. 뇌 회로가 조율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유전자, 생애 초기에 한 경험, 현재 느끼는 스트레스, 사회적 지원, 운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하강나선을 그리는 회로를 반대로 그려 상승나선을 그리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들은 이미 익숙한 것이다. 


1) 운동하기: 운동은 새로운 뉴런을 만들고, 세로토닌 수치를 끌어올리며 노르에피네프린(집중과 깊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충전하고, 더 많은 도파민과 엔도르핀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고, 전전두피질 혈류량(기분이 좋아지고 기력이 증가한다)을 증가시킨다. 


2) 결정내리기: 최선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 내리기, 일단 한 걸음 내딛기, 무엇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지 파악해서 불필요한 세부 정보 줄이기 


이외에도 잘 자기, 좋은 습관 들이기, 바이오피드백, 감사 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더 궁금한 사람들은 꼭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이와 같은 행동들이 뇌의 상승나선 회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함께 설명하고 있어,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방법은 알아도 실천은 힘들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이 역시 스스로 탓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저자에 의하면, 우울증은 '안정적인 상태'이다. 이 말은 우울증이 바람직한 상태라는 것이 아니라 뇌는 저조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이불 밖을 나가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무슨 일이든 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세상에 즐거운 일이 다시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느 곳보다 밑으로의 중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 바로 하강나선을 그리는 뇌이다.


하지만 일단 이불을 걷어차기만 하면,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뇌는 변화한다. 1분, 1분이 모여 뇌의 상승 곡선을 결국 그리게 됨을 믿고, 작은 것부터 해치워나가자. 작은 목표였을지라도 해냈다는 마음이 긍정적인 기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단 하나의 해결책은 없다. 해결책을 이루는 '부분'이 있을 뿐이라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자. 


디프레션 무드는 누구에게나 있다. 간호사인 친구가 우울감을 호소하는 내게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해 준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를 deal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상황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다. 늘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세심하게 이들을 돌보는 공동체, 사회가 되어야만 한다. 책에서 말하는 7번째 방법은 그저 사람들 속에 있기, 8번째 방법은 전문가라는 도구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살피고, 주변을 살피는 사람이 되자. 한 걸음씩, 나아가자.




도서명: 우울할 땐 뇌과학

지은이: 앨릭스 코브

출판사: 심심(도서출판 푸른숲)

발행연월: 2018.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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