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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Dec 07. 2020

비에 젖어 더 아름다운 계곡

#23 돌로미티, 9월에 만난 첫눈

코로나가 사그라들면 언제 어디로 떠날까..?!!



   서기 2020년 9월 27일, 우리는 주민 450여 명이 살고 있는 치비아나 골짜기의 어느 마을에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치비아나 디 까도레(Cibiana di Cadore)라는 곳이었다. 우연히 들른 곳인데 우리는 두 번째 이 마을을 방문하고 있었던 것. 첫 번째 이곳을 방문할 때는 초행길의 돌로미티의 길을 잘 못 찾아 헤멜 때였다. 그런데 그게 독이 아니라 약으로 변한 건 그다음부터였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이 마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한밤중에 이 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깜깜했다. 자동차의 전조등이 없었다면 세상을 온통 까만색으로 발라놓은 듯 산중은 깜깜했다. 네비가 정확하게 길을 안내하고 있었지만 구불구불한 산길 옆의 마을에는 불을 켜 둔 집이 없었다. 

무슨 영화 촬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떤 세트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하니는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무슨 동네가 불(전등) 하나 켜 놓지 않았네. 가로등도 없고..ㅜ)"라며 말을 흐렸다. 




비에 젖어 더 아름다운 계곡




참고로 치비아나 마을의 위치를 구글 지도로 표시해 두었다. 돌로미티 여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링크와 함께 캡처해 둔 지도를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나의 브런치 독자분들 중에는 돌로미티를 버킷리스트에 담아두고 이제나 저제나 코로나 19가 사그라들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다. 이 포스트는 물론 관련 브런치에서 소개되고 있는 돌로미티 자료들은 그런 분들에게 부족하나마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지도에 쓰여있는 지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위치 주변으로 돌로미티의 명소가 즐비한 가운데 벨루노(Belluno)와 아우론조 디 까도레(Auronzo di Cadore), 꼬르띠나 담빼쬬(Cortina d'Ampezzo)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도 좌편(서쪽으로) 볼싸노(Bolzano)와 뜨렌또(Trento)가 확인될 것이다. 그곳은 이탈리아 지도를 펴놓고 보면 베네토 주(Regione del Veneto)로부터 북서쪽과 북동쪽으로 돌로미티가 넓게 분포된 곳이며, 뜨렌티노 알또 아디제 주(Trentino-Alto Adige)와 맞물려 있는 곳이다. 



돌로미티를 여행하기 위해선 베네토 주와 뜨렌티노 알또 아디제 주를 오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돌로미티 서쪽에서 여행을 시작하고 다시 서쪽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면 모를까, 그럴 경우의 수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여름 19박 20일 동안 돌로미티를 여행하면서 대략 돌로미티 산군에서만 2,000킬로미터의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어떤 때는 곁에 두고도 먼 길을 돌아왔을 정도였으므로 돌로미티 산군의 지도를 눈여겨봐 둘 필요가 있다.  지도를 겉면 만으로는 잘 모른다. 그렇다고 독도법에 익숙한 사람들 일지라도 돌로미티 산군에 갇히면 대략 난감할 것이다. 우리가 경험한 돌로미티 여행은 겨우 간만 봤을 뿐인데 천하절경이 즐비했으므로 많은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는 필수품이며 반드시 트래킹 차비를 갖추어야 했다. 한 사나흘 혹은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돌아다녀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며 여전히 간만 보고 다닌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돌로미티는 매력적이자 광활한 곳이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 시대가 마감되고 한국에서 돌로미티를 찾을 때에는, 호텔이나 민박 집 등 숙소를 마련해야 하는 이중고와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러므로 이곳을 다녀가신 분들을 보면 명소를 트래킹 하면서 남긴 기념사진이나 영상이 전부이다. 그 기록들을 보면 너무 아쉽다. 돌로미티를 코끼리에 비유했을 때 발톱만 구경했을 뿐이다. 그만큼 많은 제약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 등으로 하니는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가 있는 즉시 집에 모셔둔 전문가용 텐트를 만지작이며 가져갈까 말까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이나 B&B 등지에 묵을 수 있어도 명소를 이어주는 자동차편이 있어야 하고, 이때 호텔보다 텐트가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돌로미티 여행은 전문 스키어가 아니라면 보통 6월에서 9월까지가 적기라 볼 수 있다. 이때 날씨는 봄가을 날씨와 비슷한 온도 분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했으므로 우리는 어느 닐 한밤중에 깜깜한 치비아나 골짜기를 찾아 나선 것이다. 



서두에 잠시 언급한 이 마을은 주변의 산봉우리로부터 둘러싸인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생겼으며 마을을 찾아가는 길도 용틀임이 길게 이어지는 곳. 주민들이 많이 살지는 않지만 16세기 때부터 18세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 마을에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곳이 많았으며 현지 요리를 맛볼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런가 하면 감추어진 이 마을은 돌로미티의 명소에 즐비한 호텔이 없는 대신 명소로 이어지는 길 때문에 우리가 선호했던 지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 돌로미티에 다시 들러 작은 오두막집이라도 구할 요량이었던 것이다. 아예 돌로미티에서 살 생각이었다. 관련 포스트(연재중)에서 언급되었지만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던 날은 악천후는 물론 겪지 않아도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그날 밤 비는 계속 쏟아지고 차콕으로 밤을 새운 다음 날, 하늘이 개이며 이 마을을 흠뻑 적셔둔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깜깜한 영화관에서 검은 커튼을 연 것 같이 환하게 펼쳐진 세상은 구름을 걷어올리고 있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이 마을을 샅샅이 뒤져가며 마땅한 집을 구하기 위해 치비아나 마을에서부터 치비아나 디 까도레라는 계곡 아래 마을까지 오가며 빈 집은 물론 부동산 시세까지 알아봤던 것이다. 그게 어느덧 백일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19 때문에 집콕을 하면서 열어본 사진첩 속의 마을은 비에 촉촉이 젖은 채 어느 여행자를 다시 반기는 것이다. 비에 젖어 더욱 운치가 있고 아름다운 곳. 이튿날 돌로미티는 집을 찾지 못하고 돌아서는 우리 앞에 첫눈을 선물한 것이다. 희한한 반전이었다.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가 이탈리아로 돌아오면 맨 먼저 가 볼 곳이 비에 젖었던 이 마을이다.


La prima neve sulle Dolomiti in Septtembre
il Nostro Viaggio Italia settentrionale con mia moglie
il 06 Dicembre 2020,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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