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2. 2021

용왕님의 아침 상

-아드리아해 모둠 해산물이 양배추 찜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요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내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궁금했던 게 있었다. 그 궁금증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탈리아 요리의 역사와 문화 등을 살펴봐도 도무지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요리의 종류만 해도 오만가지가 넘는데 그 요리를 섭렵하면 이탈리아 요리가 왜 유명한지 등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일이다. 만약 그런 경우의 수를 거치려면 요리사가 최소한 100년은 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오로지 연구에만 집중했을 때 조금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 세계 각지의 요리를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은 나의 주장을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이탈리아 요리가 유명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용왕님의 아침상




   나의 브런치 독자분들이나 이웃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나는 늦깎이로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기 전에 피렌체서 살아보고 싶었으며, 그곳에 작은 리스또란떼(Trattoria)를 열어보고 싶었다.


만약 여러분들 중에 정년 퇴임을 한 이후에 노후의 삶을 위해 이 같은 바람을 성사시키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게 있다. 요리를 배우기 전에 맨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탈리아의 문화와 역사 등을 간만 보고 싶어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언어 습득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영어와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당신이 가진 언어능력이 소통에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게 된다. 따라서 요리에 입문하기 전에 언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시라. 나이가 이순에 가깝거나 넘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쉬운 일인가. 이탈리아어도 예외는 아니다. 기초과정에서 문법을 배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휘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시쳇말로 쌍코피를 흘려야 할 것이다. 물론 능력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나의 경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어 기초과정만 익히는데 대략 1년이 소요됐다. 그동안 잠자는 시간은 물론 하루 종일 듣고 말하고 쓰기를 반복 헸다. 하루 일과가 낯선 언어 습득에 모두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하니는 나더러 독종이라고 말했다. 나는 결코 독종이 아니라 순종이며 온순하고 매우 착한 인간 부류에 속한다. 


그렇지만 나는 물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독종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실패로 끝난다면 다음 생에 가능이나 할까.. 그래서 눈만 뜨면 중얼중얼 동사변화표를 보며 반복학습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침을 먹을 때도 밥숟가락이 입으로 가는지도 모르고 중얼중얼거린다. 하니가 곁에서 "제발 밥이나 먹고 하라"며 내몰지만 내 귀에 들릴 리 없다. 그리고 뒷산에 아침운동을 갈 때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산길을 오가는 것이다. 가끔씩 등산객들이 힐끔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더 큰 소리로 떠들어 댄다. 


그다음 학원으로 갈 때도 지하철 안에서 중얼거린다. 이때는 산에서 처럼 큰소리로 떠드는 대신 나 혼자만 겨우 알아듣도록 말하는 것이다. 학원에서 돌아오면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주변의 공원에 들렀다. 공원은 공부하기 마침맞은 장소였다. 



그곳에서 웅변하듯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것이다. 동사 변화는 물론 짧은 문장까지 큰 소리로 떠들다가 배가 고파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 어떤 때는 아예 도시락을 싸가지고 공원으로 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예습과 복습을 통해서 듣고 말하기 쓰기는 계속됐다. 


그다음은 독종이 아니라 악랄할 정도의 학습이 이어진다. 잠자리에 들 때 앰프를 켜 놓거나 아예 이어폰을 끼고 잠자리에 든다. 그때부터 이탈리아어 삼매경에 빠져들며 "아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가며 장자의 이데아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나는 잠결에 내가 듣고 있던 오디오북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하면 쌍코피가 줄줄 흐르는 것이다. 그 즉시 휴지로 틀어막고 다시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언어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중미에서 사용하던 스페인어와 맞물려, 겨우 말귀를 알아듣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이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리스또란떼의 현장 실습이 이어질 때도 언어 공부는 계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프닝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리 수업이 끝날 무렵 내게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스스로도 놀랄 지경으로 이탈리아 문화에 서서히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렇게 장황하게 이탈리아 요리 입문 과정을 조금 맛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브런치를 열면 내가 던진 화두 어떻게 하면 요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글 제목은 용왕님의 아침 상이란 주제로 시작했다. 그리고 용왕님이 살고 있을 법한 이탈리아의 동해바다 아드리아 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담았다. 



아드리아해는 하니와 함께 다녀온 곳으로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 가까운 곳이며 이탈리아 지도를 장화에 비교했을 때 뒤꿈치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곳은 염전이 있는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Margherita di savoia) 바닷가와 가르가노 국립공원(Parco Nazionale del Gargano)의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이다. 특히 가르가노 국립공원은 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바캉스 시즌이 되면 자동차가 줄을 잇는 곳이자 이 공원의 중심인 가르가노에서 뷔에스떼(Vieste)로 자리를 옮기면 누구나 한눈에 반하게 되는 천혜의 자연 풍광이 나타난다. 지구촌 촌놈이 어느 날 그곳에 들렀다가 하니로부터 " 이곳에서 한 달만 살고 싶어"라는 말을 들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자 가슴이 탁 트이는 명소였다.



그곳에는 이탈리아인들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 날 내가 꿈꾸었던 작은 리스또란떼가 뷔에스떼 가득 널려있었으며 그곳에서 바라보는 아드리아해는 꿈을 꾸는 듯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볼까.. 


이탈리아 요리가 유명하게 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요리사에 입문한 뒤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은 일류 요리사는 물론 최고의 리스또란떼 다수가 최고의 풍광을 갖춘 바닷가 혹은 산중이나 호숫가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물론 밀라노와 같은 대도시에도 유명한 셰프와 리스또란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주로 풍광이 뛰어난 곳에 위치한 것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요리는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따라야 하는 것이다. 저잣거리에서 느낄 수 없는 최고의 명소에서 먹는 음식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랄까.. 요리가 테이블 위에 도착하기도 전에 맛있는 요리에 대한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 주문한 요리가 당신 앞에 놓이게 되면 값어치는 물론 맛은 무한 증폭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시선을 사로잡는 것. 요리는 맨 먼저 눈으로 먹고 입으로 가져가 오감의 과정을 거치며 맛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셰프의 요리 철학이 가미되어 손님들은 매우 특별한 귀족 대우를 받는 것처럼 좋아 죽는 것이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용왕님의 아침 상도 별로 다르지 않다. 어느 날 셰프가 다녀온 여행지의 풍경을 접시 위에 올리는 것이다. 접시 위에 있을 법한 개연성을 요리해 평범해 보이는 식단을 그럴듯하게 연출하는 것. 


다시 한번 더 힘주어 말하지만 이탈리아 요리가 제 아무리 잘났다고 한들 해물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라 생각하는 1인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아드리아 해산 모둠 해물의 질 또한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해물에 비교 조차 안 된다. 센 불에 달군 프라이팬에 1분 이내로 볶아 익히면 끝. 싱싱한 해물이라면 굳이 익힐 필요가 있을까.. 



날로 먹으면 용왕님이 살고 계산 바닷속 향기가 입안 가득할 텐데.. 접시 위에 올리는 건 독자들의 자유로운 몫이다. 다만, 눈여겨봐 두어야 할 것은 이곳 뿔리아 산 양배추이다. 오목한 팬이나 찜통에서 찐 것으로(물속에서 삶지 말 것! ㅜ)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조직도 치밀하여 식감도 뛰어나다. 관련 매거진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영양가 만점이다. 이게 요즘 나의 아침 식단은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상에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요리에 매우 중요한 살사 디 된장(Salsa di Doenjang)을 언급하며 글을 맺는다. 이건 나만의 방법이다. 한국에서는 쌈장으로 거의 같은 맛을 내지만 조금만 정성을 들이면, 찐 양배추는 물론 모둠 해물이나 돼지고기쌈 요리에 매우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준비물은 이러하다. 된장 적당량, 고춧가루 적당량, 청양고추 적당량, 새우젓 한 큰 술, 멸치 젓 한 큰 술, 올리브유(olio extravergine di oliva), 참기름 한 숟가락, 대파 적당량, 깨소금 적당량, 멸치 다시마 육수 적당량, 밥풀 적당량이면 된다. 여기서 적당량을 강조한 것은 식미에 따라 가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몇 그램 몇 그램 따지는 건 특정인의 취향에 불과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재료는 멸치 다시마 육수와 밥풀이다. 언급한 재료를 섞어 버물리다 보면 너무 걸쭉해 물이 필요할 것인데 이때 잘 끓여낸 육수를 적당량 사용하는 것이며, 짠맛이 도드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냥 밥을 넣거나 팬 위에서 밥을 데워 말랑하게 만들거나 죽을 쑤어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청양고추는 잘게 다지고 대파도 잘게 다진다. 멸치젓과 새우젓도 잘게 다져 식감이 좋게 만든다. 이때 가능한 한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한다. 대략 150그램의 살사 디 된장에 다섯 큰 술의 양을 사용했으며 참기름은 향을 느낄 정도로만 투입했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는 쌈장 만들 듯 잘 비벼 섞어주면 끝! 


완성된 살사는 동그란 형틀에 꼭꼭 눌러 담고 거꾸로 톡 치면 예쁜 모양으로 단장한 살사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들 보시기엔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의 요리가 작품으로 탄생되는 과정은 이처럼 복잡한 수련 과정 등을 거쳐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을)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부온 아뻬띠또!"라고 말한다. 발음도 참 별난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이다. BUON APPETITO..! ^^


Quando i frutti di mare dell'Adriatico incontrano il cavolo rosso
il Primo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이전 02화 님아, 그 강을 더디게 건너시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