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바닷가로 봄나물 케러 갔어요
우리나라와 다른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봄이 오시는 소리..?!
서기 2022년 1월 11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기온은 10 ℃를 가리키고 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구름 낀 날씨에 대체로 흐리단다. 간밤에는 밤새도록 겨울비가 보슬거리며 내려 도시를 흠뻑 적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하니와 함께 시내서 볼 일을 마치고 재래시장으로 장 보러 가는 길에는 태풍이 부는 듯 바람이 도시 곳곳을 할퀴고 있었다.
다행인지 코로나 시대에 착용한 마스크가 바람을 적당히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겨울비가 오시고 바람이 불고 썰렁해진 날씨는 머지않아 봄이 오신다는 신호임을 일찍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꽃샘추위보다는 더 여리다고나 할까.. 대략 기온이 10℃ 전후를 가리키거나 밤사이 최저 기온이 5℃를 가리키며 혹한(?)을 예보하지만 정작 시민들을 더 쫄아들게 만드는 게 있다. 우리 행성을 들쑤셔놓는 코로나 때문이다.
오늘자(11일)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살펴보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오늘자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확진자 수 220.532명에 사망자 수 294명이다. (Record di casi: 220.532. Altri 294 morti: numero più alto della quarta ondata. Nuovo boom di ricoveri (+727), terapie intensive +71 (con 185 ingressi). In Lombardia 45 mila contagi, Campania +30.042, Veneto (+21.504), Toscana +16.290, Emilia-Romagna +14 mila)
이탈리아의 20개 주(Regione, 레지오네) 가운데 성적표가 나쁜 곳이 괄호 속에 포함되어 있다. 롬바르디아 주와 깜빠니아 주 베네토 주 그리고 토스카나 주와 에밀리아 로마냐 주이다. 참고로 알아두자. 롬바르디아(Lombardia) 주의 주도는 밀라노(Milano)이며, 깜빠니아(Campania) 주의 주도는 나폴리(Napoli), 베네토(Veneto)는 베네찌아(Venezia), 토스카나(Toscana)는 퓌렌쩨(Firenze) 그리고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는 볼로냐(Bologna)이다.
코로나 성적표에 나타난 이들의 특징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며, 유명 관광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름만 들어도 단박에 이탈리아의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는 유명한 도시이다. 아울러 도시의 분포를 보면 베네토 주를 제외하면 주로 지중해(Mediterraneo)를 바라보고 있는 도시이다.
다행인지 우리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인구수 대략 3,953,305명)의 경우 확진자 수는 11일 현재 7,287명이고 4명의 사망자가 등록되었다. 그리고 우리 집이 위치한 바를레타는 코로나로부터 안전지대(?)인지, 이탈리아 전체 대비 청정지역(Area Bianca)으로 표시되고 있다. 독자님들과 이웃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퓌렌쩨서 살다가 3년 전에 하니의 그림 수업 때문에 이 도시로 둥지를 옮기게 됐다.
그게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는데 프스트에 길게 끼적거리고 있는 코로나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이곳에 둥지를 튼 후 햇수로 3년을 맞이하는 동안 하니는 한국에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코로나를 피해 잠시 한국에 머물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곤 했다. 공교롭게도 그때가 겨울이었으며, 코로나가 지금처럼 창궐할 때였다.
그동안 나는 바를레타의 집을 지키며 그녀를 기다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시는 동안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다가 망부석이 되기 직전에 그녀가 이탈리아로 돌아오곤 했다. 그동안 나 홀로 서성거린 바닷가는 한 때 그녀와 함께 코로나를 피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던 곳이었다.
그 언덕 위에 서면 저만치 바다가 보이고 바다 너머 뱅기로 12시간 걸리는 동쪽에 그녀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실로 끔찍한 별리의 시간들이 지났지만 잘도 참아냈다.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기 2022년 새해는 달랐다.
그녀의 작심도 한몫 거들었지만 겨울을 함께 보내게 된 것이다. 그것도 코로나 성적표가 에이뿔(A+)에 해당하는 놀라운 점수에도 불구하고 함께 동고동락 그녀의 그림 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이렇듯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지난주 그림 수업이 끝난 직후 그녀와 나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아래 잡초와 잔디가 뒤섞인 풀밭을 찾아 봄나물을 케러 가기로 작심했다.
그곳은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나 혼자 봄나물을 케러가던 장소였다. 겨울비가 밤새 주룩주룩 거리는 동안.. 그 틈새로 바람이 헤집고 찬기운을 살랑살랑 들쑤셔 놓는 동안.. 도시가 찬기운에 몸서리 치는 동안.. 그곳에는 '나만의 봄나물'이 오롯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처음 "나물을 케러가자"고 했을 때 "그냥 바람이나 쇠러 가자"는 줄로만 알았는지 긴가민가 했다. 그런데 명당을 찾아 나서는 즉시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풀숲에 버려진(?) 나물들이 호주머니 칼에 싹둑싹둑.. 단박에 한 보따리를 채우는 게 아닌가.. 녀석의 이름은 반질반질 윤기가 좔좔 흐르는 비에똘라(Bietola).. 이탈리아인들이 이맘때 열광하는 채소가 바닷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녀석의 정체는 한 마디로 몸에 좋은 귀족 식재료이며 영양가가 차고 넘친다. 비에똘라의 100그램 당 성분은 이러하다.
비에똘라 100g 당 미네랄_Kcal(킬로칼로리) 19 / Carboidrati(탄소화물) 2,8 g / Grassi(지방) 0,1 g / Proteine(단백질) 1,3 g / Fibre(섬유질) 1,2 g / Acqua(수분) 94,5 g / Ferro(철) 1 mg / Calcio(칼슘) 67 mg / Sodio(나트륨) 158 mg / Potassio(칼륨) 286 mg / Fosforo(인) 29 mg / Zinco(아연) 0,4 mg
비에똘라 100g 당 비타민_Vitamina B1 0,03 mg / Vitamina B2 0,19 mg / Vitamina C 24 mg / Vitamina B3 1,80 mg / Vitamina B6 0,07 mg / Vitamina E 1,05 mg / Vitamina K 830 µg
자료출처: https://www.viversano.net/alimentazione/mangiare-sano/bietola-proprieta/
이날 바닷가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집 앞 공원으로 이동한 후 잠시 쉬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즉시 그녀는 비에똘라 손질에 들어갔으며, 전통적인 나물 다듬기 방법인지 습관인지 등에 따라 주방 바닥에 신문지(광고지)를 펴 놓았다. 녀석들은 머지않은 시간에 조물조물 조몰락조몰락.. 그녀의 손에서 나물 무침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잘 무친 비에똘라는 우리와 한 몸이 되었다.
비에똘라.. 맛은 어떨지 궁금할 것이다. 달짝지근하고 미네랄 맛이 넘쳐난다. 거기에 겨울비와 바닷바람을 날마다 머리 위에 이고 살았으며, 달님까지 은구슬을 쏟아부었으므로 환상적인 맛이 아드리아해 파도처럼 입안을 들락거린다. 포스트를 작성하는 동안 그녀가 두 해 동안 자리를 비우며 남긴 바닷가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이맘때 표정이 바닷가에 묻어난다. 포스트에 등장한 그녀의 차림이 세 번씩이나 바뀌었다.
어쩌면 3년의 세월을 지탱하게 해 준 또 하나의 수호신이 그녀와 바닷가에서 채집한 야생 봄나물 비에똘라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제인가 코로나가 끝날 것이다. 그때 이탈리아로 여행 오시면 꼭 기억해 두고 먹어봐야 할 중요한 식재료가 있다. 비에똘라와 까르치오피(il Carciofo)이다. 아울러 야생에서 채집되는 봄나물이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눈여겨보는 식재료들이 이맘때 바닷가에 널려있다. 당분간은 시장에서 따로 비에똘라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서기 2022년 겨울이 따뜻한 이유이기도 하다. 끝!
Sono andato con lei per raccogliere le verdure sulla spiaggia
il 11 Genn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