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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05. 2022

그곳에 칠성무당벌레가 산다

-아드리아해 사구(砂丘) 작은 보고서 VI


녀석을 만난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랬을까..?!


    서기 2022년 3월 3일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위치한 사구의 풀숲에서 칠성무당벌레(Coccinella septempunctata) 한 마리를 만났다. 녀석은 야생 비에똘라 잎사귀 위에서 나를 만났는데 움직임으로 미루어 혼쭐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인적이 드문 습지에서 녀석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하니가 저만치 앞서 걷는 가운데 야생 비에똘라를 채집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녀석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는데 기록으로 남긴 사진 속에 어렴풋이 녀석의 모습(빨간 점)이 보인다. 녀석을 만나기 전 한 움큼의 봄나물을 채집한 후였다. 그때 눈에 띈 귀여운 녀석.. 사진과 영상에 담아놓고 보니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벌레 한 마리가 이렇게 귀해 보인 건 귀가한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는 녀석의 등껍질에 점이 일곱 개 있다고 하여 이름이 칠성무당벌레(이하 '무당벌레'라 부른다)라고 불렀다. 날개 한쪽에 각각 3개씩 점이 있고 두 날개가 겹치는 부분 중앙에 점이 박혀있는 것이다. 작지만 매우 화려한 녀석이 귀한 대접을 받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당벌레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요즘은 난개발 등으로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진 무당벌레는 유소년 기를 거치는 동안 흔했던 벌레였다. 난개발도 그렇지만 녀석들이 우리 삶에 끼어들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벌레의 삶과 인간들의 삶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오죽하면 어쭙잖은 사람을 일러 '버러지만도 못한 넘'이라고 말했을까.. 그런데 서양에서는 무당벌레를 일컬어 '행운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이유가 있었다.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 진딧물은 농사를 망치는 존재였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했더니 기적처럼 '딱정벌레'들이 나타나 진딧물을 모두 잡아먹었다는 것. 진딧물의 천적이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무당벌레의 화려한 색깔 때문에 레이디 벅스(Ladybugs, 숙녀 벌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벌레(Marienkaefer)로 부르고, 네덜란드에서는 주님의 작은 벌레(lieveheersbeestjes)로 불렀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작은 마리아(Marquita)로 불렀으며, 프랑스어로는 라틴어의 붉은색(coccinus)을 그대로 빌려 꼭치넬레(Coccinelle)로 부르는 것. 본문에 기록한 칠성무당벌레의 학명(Coccinella septempunctata)은 그렇게 탄생됐다. 벌레 한 마리의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받은 벌레도 흔치 않은 일인 듯하다.



그런데 나의 생각은 행운을 불러온다고 하는 칠성무당벌레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다르다. 빨간색과 일곱 개의 점이 박힌 앙증맞은 체구의 녀석을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녀석이 진딧물의 천적으로 알려졌지만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녀석의 학명은 "점이 7개인 무당벌레"라는 뜻으로(septem = "seven", punctus(무당) = "spot"= Coccinella septempunctata) 쓰였다. 무당이란 신내림을 받아 신을 섬기며 굿을 하는 여성 무속인을 뜻하는데.. 글쎄다. 요즘 대선정국에 등장하는 버러지만도 못한 녀석과 그의 마누라가 섬긴다는 무당 혹은 법사가 겹쳐 보여서, 칠성무당벌레에 대한 호감이 반감되고 말았다는 거.. 아무튼 귀연 녀석을 만나서 반가웠다.



사람 사는 세상에 벌레들이 더불어 살지 못한다면 그곳은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 못 되겠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녀석이 살고 있었던 습지를 바라보니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불쑥 일어나는 봄날이다.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칠성무당벌레.. 녀석의 빈자리에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한 녀석이 등장했다.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는 벌레와 버러지.. 화려하고 앙증맞은 벌레 때문에 행운 가득한 3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il Mare Adriatico
il 04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Coccinella septempunctata(칠성무당벌레)


Descrizione

Il corpo ha una forma fortemente convessa, ovoidale, con livrea vivamente colorata. Le elitre sono del tipico colore rosso acceso, con la presenza di tre punti neri per ogni elitra, ed uno sulla commissura, per un totale di sette punti, da cui deriva il nome di coccinella dai sette punti. Le zampe, pur essendo corte sia nelle larve che negli adulti, consentono all'insetto un'ottima locomozione sui rami e sulle foglie e possono essere ritratte totalmente all'interno del corpo. La testa presenta poderose mandibole ed è di colore nero in contrasto con le elitre. Le antenne poste sulla testa sono relativamente corte e piuttosto distanti. A dispetto dell'apparente inoffensività e dell'aspetto simpatico, sono in realtà attivi preda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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