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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1. 2023

시금치 김밥, 못 생겨도 넘 맛있다

-이탈리아서 만들어본 최고의 맛 시금치 김밥


조국을 떠나 멀리 있어도 절대 잊지 못하는 음식들..?!!


   서기 2023년 3월 20일 오후,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오전과 달리 약간은 우중충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주말 오후에는 북적대던 사람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고 공원의 장의자는 덩그러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표정들.. 


5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한 직후 내가 맛본 음식들 중에는 요리 왕국 이탈리아서 맛보지 못하던 우리나라의 음식들이다. 한국에서 만 7개월을 지내는 동안 향수병을 치료해 줄 고국의 음식을 줄기차게 먹어댔다. 하니가 지극 정성으로 해 먹인 음식들 가운데는 곱창김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곱창김을 짐꾸러미에 잔뜩 실어 보냈다.



산책 겸 운동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아 집으로 돌아가면 그녀가 싸준 곱창김을 주먹밥으로 싸 먹거나 김밥으로 말아먹기도 한다. 우리나라 연안의 바닷가 향기가 듬뿍 밴 까칠한 김을 발 위에 올려놓고 한 줄의 김밥을 만드는 과정이 재밌다. 우리나라의 전통 김밥은 주로 단무지와 시금치 그리고 계란지단 등 속재료에 따라 김밥의 이름이 달라진다.



집 앞 공원에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즉시 미리 준비해 둔 김밥재료를 펼쳐두고 김밥을 만들었다.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앞에 위치한 두오모(Basilica Con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를 뒤로 하고 수난절을 착하게 조용히 보내고 있는 가운데 사부작사부작..



시금치 김밥, 못 생겨도 넘 맛있다

-이탈리아서 만들어본 최고의 맛 시금치 김밥



이탈리아 요리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톰한 이파리와 줄기의 시금치..



우리나라서 보지 못한 시금치가 이탈리아에 있으며 지금은 끝물이 다 됐다. 이틀 전에 다시 구입한 녀석들..



녀석들을 잘 다듬고 펄펄 퍼얼펄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치면 달콤한 식감이 소름 돋게 만든다.



잘 데쳐놓은 말랑한 시금치.. 녀석들은 우리 몸의 노화를 막는 베타카로틴((β-Carotene))이 풍부한 항산화식품으로 제철에 많이 먹어줄 필요가 있다. 시금치에 다량 함유된 칼륨(Potassium, K)은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하며 나트륨(Natrium)에 의한 혈압의 상승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포만감을 주며 틸라코이드 성분은 혈액 안의 지방 수치를 떨어뜨려 혈압을 낮추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시금치 김밥의 배경에는 이런 유용한 성분이 큰 작용을 한다. 



잘 데친 시금치를 커다란 백 자기 볼에 담아놓고 적당히 먹을 만큼 덜어낸다. 오늘 김밥은 딱 세 줄.. 혼자 먹는 김밥은 세줄도 많다. 그래서 김밥 세 줄에 맞추어 재료를 준비했다.



시금치를 준비하는 동안 계란지단을 부쳤다. 사각형 팬이 있었으면 그림(?)이 더 나았을까.. 볼에 계란 5개를 풀고 대파를 쏭쏭 잘게 썰어 저어주고 죽염으로 간을 맞추었다. 그리고 잘 데운 팬 위에 전부 올리고 주걱으로 적당히 저어준 다음 약불에서 뚜껑을 덮고 천천히 익혔다. 그다음 주걱으로 딱 한 번 뒤집어 주고 마저 익혔다.


그동안 시금치 적당량을 준비하여 양념을 했다.



요리를 하면서 식재료의 아름다운 색깔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정말 먹음직스러운 시금치..



시금치 위에 잘 빻은 마늘과 올리브유 그리고 참기름 한 방울 올리고 조미간장으로 간을 한 다음 깨소금을 듬뿍 뿌렸다.



그다음 포르께따(Forchetta, 포크)로 고루 잘 섞어주면 시금치 김밥 속재료 준비는 끝!



먼저 준비해 둔 계란지단(프라이)을 김밥 길이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준다. 이런 거 우리 주부님들은 선수이며 아무 때나 후다닥 만들 수 있는 김밥이 아닌가. 



오늘 준비하고 있는 시금치 김밥의 속재료는 계란지단과 시금치뿐이지만 나의 몸보신을 할 것이므로 속재료를 아낌없이 투입한다. 



김밥을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밥풀 속에 까만 콩이 보일 것이다. 이곳 이탈리아의 인도 상회에서 구입한 쌀은 태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유명상품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밥풀 속에 웅크린(?) 콩은 꽤 복잡한 과정을 거친 서리태이다.



우리나라에서 약콩으로 불리는 서리태의 검은콩 껍질에는 희거나 황색을 띤 콩에서 발견되지 않는 글리시테인(Glycitein_glicina)이라고 하는 특수한 항암물질이 g당 500u 이상이 들어 있다. 이 같은 항암 효과는 물론 항산화 작용 및 신장 기능과 시력 강화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Glicina negli Alimenti(식품 글리치나)


La glicina è un elemento proteico quasi ubiquitario, anche se in percentuali non molto elevate; facendo parte del collagene, presente nei tessuti connettivi e negli epiteli, la maggior parte degli alimenti carnei dovrebbero contenerne una buona quantità. Inoltre, il contenuto di glicina pare significativo anche in vari prodotti di origine vegetale.

Secondo le tabelle nutrizionali consultate, i 5 alimenti più ricchi di glicina sono: pesce coregone (4,4g/100g), proteine della soia, alga spirulina, baccalà e albume in polvere.

La soia è uno degli alimenti a maggior contenuto di Glicina



글리치나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글리치나 즉 글리신은 거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는 단백질 성분으로 콜라겐의 일부로서 연결 조직과 상피부에 존재하므로, 대부분의 육류 식품은 많은 양을 포함해야 한다. 권장 영양표에 따르면, 글리신이 가장 풍부한 다섯 가지 식품은 다음과 같다. 코레곤어(coregone 송어, 4.4g/100g), 콩 단백질, 스피룰리나(spirulina) 해초, 대구(baccalà), 계란 흰자 분말. 콩은 글리신 혹은 글리치나 에서 가장 높은 함량을 가진 음식 중 하나로 알려졌다. 서리태 효능을 뒤적거리다 살펴본 것들.. 암튼 콩은 특별한 식재료이다. (번역: 역자주) 



평범한 듯 비범한 시금치 김밥을 썰어놓고 보니 비주얼은 엉망이다만 내용물은 범상치 않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김밥을 썰어 접시에 담는 동안 시식을 했다. 압안에서 살살 녹는다.ㅜ 압력 밥솥에 있던 밥은 팬 위에 뿔리아산 최고급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기름을 낸 뒤 살짝 볶고 데운 후 사과식초(aceto di mela)로 초밥을 만들었다. 


사과 식초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으며 이 성분은 DNA(유전자) 손상을 일으키는 자유 라디칼이라고 하는 활성 산소를 없애 심장병ㆍ당뇨병ㆍ암의 발생을 예방한다고 하므로 김밥 세 줄 만으로 천년은 거뜬히 살 수 있지 않을까.. 히히 



볼품은 없지만 영양가를 따져보면 가히 보물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 대표선수 중 하나 김밥의 쓸모이다.



오늘 아침 다시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니와 함께 시장으로 가는 길에 늘 마주치던 오래된 교회(Parrocchia Prepositura Curata S. Giacomo Maggiore)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우리네 삶에서 뭔가 하나쯤 생략되어도 괜찮을 법 한데 그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오늘 재래시장서 구입한 건 딸기 2킬로그램(3유로)에 시보네(Sivone)라는 자연산 야생 나물이다. 단골 가게서 1킬로그램(1유로)을 구입하고 다시 대파 1킬로그램(1유로)을 구입했다. 모두 4킬로그램.. 묵직하다. 요즘 내가 선호하는 식재료 중에는 몸에 유익한 제철 식재료들이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유난히도 '제철'을 강조한다. 시보네 요리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Il Gimbab degli spinaci migliori che abbiamo mai fatto in Italia
il 20 Marz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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