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까지
꼰대도 꼰대 나름.. 파타고니아에 우뚝 선 꼰대는 격이 다르다..?!!
서기 2023년 6월 13일 초저녁(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여름비가 추적추적 분위기 맞추어 내리신다. 이런 날 노트북 앞에 앉아 글 몇 자를 끼적거리는 기분을 아실까.. 한 때 이렇게 비가 오시면 괜히 우산을 받쳐 들고 거리를 헤메곤 했다. 그때는 청춘.. 안 청춘이 되면 추적거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컴 앞에 앉아있는 것도 괜찮은 알이다. 또래의 친구들은 인터넷 혹은 SNS를 토닥거리면 같잖게 보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조용히 살 일이지 인터넷은 무슨.. 이라며 꼰대짓을 하는 것이랄까..
오래전 아날로그 시대에는 그게 가치인 줄 일았으며 지천명을 넘어 이순에 이르면 입 다물고 눈 감고 귀까지 틀어막아야 어른 행세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게 언제 적이던가.. 하니와 함께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면서 어느 날 '꼰대바위'를 만나게 됐다. 하필이면 멘토도 아닌 꼰대바위.. 그 현장을 만나보기 전에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돌아오지 않는 길> 편을 돌아본다.
조물주의 신묘막측한 계획 속에는 시간 저편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우리네 삶에 적용하며 혹시라도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게 만든 것. 그럴 리가 없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체득한 학습효과를 지니고 있다면 반복되는 실수는 없을 것이나 그로 인한 피해는 불 보듯 하다.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똑같은 법칙이 적용되어야 했을 것이다. 파타고니아 여행에서 만난 여행의 감흥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의 풍경은 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까지.. 파타고니아 심장부로 향하는 머나먼 길을 지도에서 만나 본다. 혹시라도 이 포스트를 접한 분들이 떠날지도 모를 비경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위에 적시한 자료사진 중 목적지가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먼저번 루트는 이미 힌 번 다녀온 곳이고 이번에는 꼬자이께서부터 출발하여 뿌에르또 인제니에로 이바녜스로 이동하는 루트이다. 그때 길 위에서 만난 풍경들.. 여행자를 길 위에서 행복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길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만난 길들이 끊임없이 뷰파인더를 자극했다.
-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까지
사진을 오랫동안 취미생활을 하는 동안 피사체들은 순식간에 뷰파인더에 포착된다. 북부 파타고니아 꼬자이께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까지 이동하는 버스 앞자리아서 만난 기이한 형상의 바위덩어리..
그 아래 삐에드라 엘 꼰대(PIEDRA EL CONDE)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참 재밌는 이름이다. 스페인어로 이 말은 '백작의 돌'이리라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백작은 유럽의 귀족 칭호 중의 하나이다. 언뜻 보니 바위의 형상이 백작이 걸친 망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바위의 명칭을 보는 순간 '꼰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한 때 나도 입에 떠올렸던 발칙한 대명사 꼰대.. 어느덧 지금은 내가 꼰대 반열에 올라와 있다.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세월이 그렇게 만든다. 꼰대의 어원은 분명치 않으나 늙은이를 바꾸어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선생님을 일컬어 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키득키득.. 아울러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윗사람 또는 연장자를 비하하는 멸칭으로 사용되는 단어 꼰대.. 그런데 하필이며 스페인어에서도 우리의 표현을 닮은 꼰대가 있다니.. 별일이야. ㅎ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당신의 행복을 빌어요> 편을 돌아보며 글을 맺는다.
희한한 일이다. 남반구의 봄이 무르악어 곧 여름이 될 텐데..
하늘은 어쩌자고 안데스 자락에 눈을 뿌리고 있는가..
더 희한한 일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늘은 유심하다.
당신의 뜻에 순종하는 어리디 어린양에게 무한 베푸는 섭리.. 그 가운데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하늘의 뜻을 땅에 퍼붓는 것이랄까..
지금도 그 머나먼 길을 돌아온 우리에게 무탈하게 보살핀 하늘..
이런 현상을 깨닫는데 과학이나 이성 따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의 사랑을 깨닫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수성 짙은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세상..
하늘이 아무런 값없이 베푸신 사랑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곁에 있는 옆지기에게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세상에는 수많은 미시여구들이 존재하며 흔해빠진 가르침이 존재한다.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그런 것들은 한낮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뿐 별로 도움이 될 일이 없었다.
그땐.. 그럴싸해 보였지만 세월이 자남에 따라 색 바랜 잡기장처럼 낡은 가치로 변했다.
하지만 먼 나라 여행에서 목숨을 건 동고동락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그 어떤 보석이나 명예보다 뛰어났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를 붙들어 놓는 변하지 않는 가치..
세상의 그 어떤 선물 보다 나를.. 우리를 기쁘게 하는 건 당신의 행복을 비는 일이다.
언제 어디에 있을지라도 변함없는 관심의 행방은 당신의 행복을 비는 일..
오뉴월.. 우리가 이동하는 버스 창 밖에 눈이 내리고 진눈깨비가 동행하기도 했다. 그때 하늘이 무심하여 눈비를 날리지 않았더라면 뷰파인더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나 말고.. 옆지기 혹은 타인의 행복을 빌면 하늘이 감동한다. 당신의 행복을 빌어요..!!
초저녁.. 꼰대백작이 아니었으면 '멀어지면 더한 그리움'에 대해 끼적거리고 싶었다. 사정상 하니와 잠시 떨어져 지내면서 여름비가 그리움을 부추기는 것이다. 함께 지내고 있었으면 창밖에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함께 바라봤겠지.. 아무튼 하늘은 개구쟁이 같아.. 지 맘대로 꼰대의 마음을 들쑤셔 놓으니 말이다.
Dal nord della Patagonia, Coyhaique fino a Puerto rio Tranquilo
il 13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