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찍는 사람들의 특징

꽃을 찍기 시작하면 늙은 거야?

by 무쌍

벚꽃 가지마다 송이들로 통통해지는데, 내 몸은 바람 빠진 것처럼 숭숭 구멍이 나서 납작해져 버렸다. 아이들이 모두 봄에 태어나서 인지 벚꽃이 필 때가 되면 출산했던 몸이 기억하는 듯하다. 온종일 누었는데도 몸이 자꾸만 방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베란다 너머 보이는 벚나무가 자꾸 눈길을 끌었다. 꽃이 피기 시작하자 나무 아래 오가는 사람들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은 꽃을 보여주려고 번쩍 안아 올리기도 했다. 황사바람 부는 날만 잠시 고요해졌을 뿐 나무 아래는 늘 사람들이 모였다. 먼지바람이 물러난 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꽃잎은 더 부풀어 가게 앞 풍선인형처럼 사람을 불러 모았다.


"꽃을 찍기 시작하면 늙은 거야."


누군가의 SNS에 올린 꽃 사진에 "엄마 프로필 사진 갖고 왔어?"라고 묻는가 하면, "늙나 보다 꽃 사진을 올리는 걸 보면"이라며 거든다.

누군가의 남편은 꽃을 찍 시작하면 아줌마가 되는 거라 못 찍게 한다며 몰래 찍어 올렸다고 했다. 문뜩 나(^^;)를 제외하고 꽃을 찍는 사람금해졌다.


동네에 인기 많은 벚꽃나무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교복을 입은 학생 둘이서 벚꽃나무 아래에서 이리저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키가 큰 나무의 꽃은 올려다보는 것 만으로 고개가 뻐근해질 정도였다.

" 뭐야 사진 별로야!

" 나도 그래"

" 야 그냥 눈으로 보는 게 젤 예쁘다."

은 사진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서로 찍은 사진을 보며 "다 별로야!" 하며 깔깔 웃었다. 둘은 벚꽃나무를 함께 올려보며 자리를 떠났다. 두 친구의 웃는 얼굴은 마스크 뒤로 숨겨져 있지만 까르르 웃는 소리를 내며 마음은 벚꽃처럼 활짝 피어난 듯 싶었다.


얼마 전에 산책하기 좋은 산책로를 찾았다. 가장자리엔 개나리가 길게 노란 길을 만들고, 사이사이엔 벚꽃나무가 드리워진 꽃길이었다. 저만치 한 할아버지가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길 한가운데에서 사라졌다.

왠지 오싹거리며 무서운 생각이 들자, 주변을 살피며 더 천천히 길을 걸었다. 잠시 뒤 할아버지가 벚꽃나무 뒤에서 나왔다. 휴대폰으로 벚꽃나무를 찍고 계셨다. 활짝 핀 꽃을 찍느라 주변을 왔다 갔다 던 것이다. 혼자만의 착각으로 해프닝은 끝이 났.


머니가 파트 1층 베란다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밖을 내다보고 계셨다. 화단에는 할아버지가 비비추 싹을 밟을까 봐 까치발을 들며 꽃을 찍고 계셨다. 분홍 풀또기 두 그루와 노란 수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할머니이 가리키는 대로 할아버지는 주문을 받은 듯 사진을 찍었다. 잠시 동안 두 분을 멀리서 훔쳐봤다. 그러고 보니 꽃을 찍는 일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닌 듯싶다. 한동안 두 분이 꽃을 사이에 두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계절 따라, 꽃이 피어있는 순간을 남겨두는 소소한 일상이었다.

어느덧 꽃비가 내린다

꽃을 찍는 사람들 중엔 보기 힘든 야생화나 아름다운 풍경을 담는 전문가들이 있다. 사진 한 장을 꽃처럼 찍는 프로 작가들을 보면 그런 사진을 찍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꽃이 좋아서 취미인 듯 수집인 듯 담는 것이 더 좋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나는 벤치 아래 민들레꽃이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도 들풀을 찾아보느라 시간이 금방 간다.

꽃을 싫어하는 친구는 꽃무늬 옷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는 무채색에 줄무늬 옷이 더 많다. 그녀는 꽃문양 찻잔을 수집하지만 나는 꽃을 찍고 수집한다.

꽃을 찍는 일이 나이 드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면, 몇 년을 더 살아보면 알아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

몸이 가벼워졌으니 다시 돌아가 꽃들을 글로 옮길 참이다. 을 쓰는 동안 벚꽃은 벌써 꽃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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