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고 있었다. 꽃을 기다리는 마음을 달래는 일은 사진첩을 열어 꽃사진을 보는 것이다. 사진첩을 보니 파란 봄까치꽃이 눈에 들어왔다.
이 꽃을 보니 몇 년 전 도용당한 일이 생각났다. 생소한 외국어로 쓰인 정채 불명의SNS 계정엔 파란색이 도배되어 있었다. 그중에 내가 찍은 꽃 사진이 있었다.바로 며칠 전에 업로드 한 중랑천의 봄까치꽃 사진이었다. 잠시 화난 마음을 가다듬고, 플리즈(Please!)를 붙여서 정중하게 사진을 지워달라고 했다. 하루를 기다렸다. 무반응이다. 다시 똑같은 말로 댓글을 남겼다. 그렇게 수일 동안 글을 남겼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고 도용한 내 사진에 좋아요만 더 늘어 가고 있었다.
봄까치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내 속은 부글거렸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도용 신고를 했지만 사실 무용지물인 신고절차였다. 더 답답한 건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도용한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내가 왜 사진을 올렸을까. 이 SNS 그만둘까 '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눈치를 챘는지 모르지만, 난 많이 소심하다. 이런 상황에도 혹시나 도용인이 날 괴롭힐까 걱정되었다. 일주일 넘게 해결되지 않았지만, 사진 주인공인 봄까지 꽃은 중랑천을 뒤덮고 있었다. 피어난 꽃들을 보고 있으니 작은 용기가 생겼다.
'당신, 당장 내 사진 내리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야! 이 나쁜 인간아!라고 영어로 댓글을 남겼다.
정말 딱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쓴 것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도 안돼서 쪽지가 이렇게 왔다.
"나 구글 번역기로 번역해서 읽었어. 그래 내렸다 내렸어 XX "욕이 섞어 있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적반하장'일 것이다.
일단 사진은 내려졌지만, 저장된 사진을 또 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한테 한소리 들어서 지웠던 일은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군다고 느껴질 때 이 봄까치꽃 사건을 떠올린다. 그리고 눈치 보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할 말을 하자'모드가 작동된다.
오늘은 한파경보가 발령되었다. 한바탕 추위가 지나고 2월이 되면 사진 속 야생화가 찾아온다. 성미 급한 난 봄을 찾으려는 듯 중랑천 양지바른 곳을 뒤진다. 작지만 파란색 꽃잎을 가진 봄까치꽃을 참 좋아한다. 봄까치꽃은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다. 추운 겨울이 남았지만, 황량한 들판에 희망 메시지를 먼저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