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중랑천 산책로에 물 고인 곳은 얼어 있었다. 산책로의 바람은 한결 포근해진 겨울이다. 유난히도 폭설과 한파가 맹렬했지만 이젠 봄이 더 가까워졌다. 앞으로 한 달을 보내면 3월이 시작된다.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있을 것 같아 서둘러 산책을 나섰다. 야생초 덤불이있던 자리에는 겨울 모두 사라졌지만, 지난주부터 초록잎들이 눈에 많이 띈다. 화단 안을 살펴보니 앙상한 가지만 남은 장미와는 다르게 흙위를 덮은 야생초들이 보였다. 민들레와 망초, 냉이, 별꽃, 봄까치 꽃 연둣빛 이파리가 파릇거리고 있었다.
좀 더 양지바른 곳으로 가면 꽃을 피운 야생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랑천으로 모아지는 작은 하천들 중에는 늘 야생초가 많아서 흐르는 물가 옆으로 돌 틈에 제법 푸릇한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보니 봄까치꽃과 별꽃이 맞았다. 하지만 내가 한발 늦었다. 이미 꽃이 진 봄까치꽃 잎은 떨어져 있었고, 별꽃도 돌돌 말려 시든 꽃잎이 보였다. 좀 서둘러 꽃을 찾나 싶어,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찾을 생각이었다.
봄꽃을 미리 마중 나간 줄 알았지만, 꽃은 이미 지고 난 뒤였다.
떨어진 봄까치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파란색 꽃잎은 여전히 생생한 빛을 품고 있었다. 선명한 파란 꽃잎은 반짝이며 내 눈을 쏙 빠지게 만들었다. 꽃잎에 줄이 나 있는데,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하기도 한다.
봄까치꽃과 뒤엉켜 별꽃이 줄기를 뻗어내며 여러 개의 꽃봉오리를 만들었다. 봄이 오기 전에 지난 계절에 피었던 꽃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다 쓰기도 전에 새로운 꽃이 피어났다.
별꽃과 봄까치꽃 봉오리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그러고 보니 괜히 게으른 핑계를 꽃에게 하는 것인가 보다. 이맘때면 봄 야생화들 중에 일찍 피는 꽃들이 있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젠 꽃이 없어서 지루하다는 말은 더 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산책을 하며 꽃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