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책을 하며 길가에 핀 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화단이 있는 집을 모두 외우고 있었지만, 처음 보는 건물이 있었다. 새로 지은 빌라는 입구에 감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나무 주변을 시멘트로 반듯하게 둘러져 있었다. 그 안에는 작은 패랭이꽃들이 피어 있었다. 나는 화단을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버렸다.
감나무 화단에 핀 패랭이꽃 @songyifower
시멘트를 발라 만든 이런 화단을 갖고 싶어 졌다. 이렇게 반듯하게 만든 솜씨는 누구의 것일까? 정원은 작았지만 많은 걸 담은 주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빽빽하게 채워진 싱그러운 초록 잎 사이로 색색이 꽃들이 피어서 그림 그려놓은 듯 아기자기했다. 시멘트를 조금 더 높고 넓게 만들면 아이들도 걸터앉아서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을 찍으며, 꽃을 보러 올 곳이 하나 더 생겨서 흐뭇하기만 했다.
한 달쯤 지난 후해가 뜨자마자 산책을 나갔다. 여름이 가까워지자 이름 아침에 부는 선선한 바람이 좋았다. 그리고 여전히 피어있는 꽃을 따라 걸었다. 패랭이 꽃이 남아 있을지 궁금한 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감나무가 있는 빌라를 찾았다.
맙소사! 패랭이꽃 몇 송이가 잘려 바닥에 뒹굴고 뿌리를 파낸 화단 주변은 흙이 쏟아져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흙이 한 방향으로 쏟아진걸 보니 방금 누군가 일을 낸 것이다. 패랭이 꽃을 모두 가져갔다.
꽃도둑은 누구였을까? 그 후로 화단은 감나무만 남았고, 주인은 다시 어떤 꽃도 심지 않았다.
화단 주인은 꽃을 보는 즐거움을 나누어 주었다. 혼자 보려고 꽃을 가꿨다면 더 안전한 곳에서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꽃 도둑은 혼자만 보려고 훔쳐가 버렸다. 누군가의 부정적인 행동은 꽃을 심지 않게 만들었다. 닫혀버린 꽃 주인의 마음을 녹여줄 방법은 찾지 못했지만 감나무에 감꽃이 피기 시작했다. 나도 패랭이꽃을 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