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에서 피는 꽃

팬지꽃

by 무쌍


나는 혼자가 아니라 넷이다. 좀 더 게 설명하자면 원래 팬지꽃 한 송이였는데, 며칠 지나자 활짝 핀 꽃송이가 4개로 풍성해졌다.


지난봄 아파트 입구 보도블록 사이에 팬지꽃 한 송이가 피었다. 어디서 날아온 씨앗일까? 작은 키에도 쉬지 않고 꽃송이를 만드는 팬지꽃은 인기가 많다. 봄 화단에도 많이 쓰이는데 아파트 입구에 있는 화단에서 씨앗이 떨어진 것 같았다. 화단에서 필 때 보다 훨씬 탐스러운 한송이였다.

보도블록에 팬지꽃 정원이 생겼다(@songyiflower 인스타그램)


혹시나 사람들이 모르고 밟고 지나가는 일은 없었으면 했다. 다행히도 꽃은 음 핀 꽃송이와 꼭 닮은 꽃을 계속 피웠다. 외출을 할 때마다 꽃을 살피다 보니, 마치 집 베란다에 피는 꽃과 같이 느껴졌다. 그 작은 틈바구니에서도 완벽하고 싱싱한 꽃잎을 보여주었다. 팬지꽃은 워낙 작은 꽃이라 사진을 찍을 때마다 납작 엎드려 마주 봐야 했다. 그럼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보여주었다. 보라색 꽃 중심에 작은 솜털은 뒤집어 놓은 하트 모양이고, 꽃술의 노란 부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가느다란 줄무늬가 고양이 수염같다고 하기도 한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 팬지꽃은 네 송이 피었다(@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나도 혼자가 아니라 넷이다. 직장을 잡고 서울에 올라올 때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손꼽아 기다리던 독립을 했다. 하지만 다렸다는 듯 동생들 짐이 내 자취방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동생들과 결혼 전까지 5년 넘게 지냈다. 아쉽지만 혼자 자취를 한 기간은 3개월도 안된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니 또 혼자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하나 둘 태어나니 넷이 되었다. 어쩌면 사진 속의 팬지꽃처럼 도 한송이 시작했다. 러다 내 주변에 예쁜 아이들이 피어났다. 상생활에 무언가를 혼자하기엔 틈이 많지 않지만, 나는 꽃피울 수 있는 틈을 찾고 있다.


쓰고자 하는 나를 꽃피운다는 건, 그래서 힘든 싸움인지 모른다. 어디서 피어 날지 알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글을 쓰려는 욕구에서 생기는 균열들을 거부하지 말고, 어떤 모습으로 뚫고 나갈지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 주저하고 흔들렸던 건 바람이 지나간 걸로 믿기로 했다. 오늘도 꽃과 함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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