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야생화 꽃밭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야생초 덤불이었던 곳에 작년부터꽃 양귀비가 일렁거리며 온통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다시 꽃 양귀비를 만나고 싶었다. 산책을 나선 지 한참 되었지만, 기억이 확실하지 않았다. 야생초들이 만든 숲은 작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걸어야 했다.
작년 꽃밭이 시들어 가면서 꽃송이마다 씨앗주머니가 야무지게 여물어 있었다. 그 정도의 씨앗이라면 꽃의 미래도 예상할 수 있었다. 꽃들의 손길로 스스로 씨앗 뿌린 곳을 찾아야 했다. 주변에 도착한 것 같았지만 걸어가며 시야에 보이는 건 온통 초록색뿐이었다.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하나둘 피어있는 야생화들을 따라가니 안심이 되었다. 꽃이 피는 곳은 척박하지만 늘 생명이 움트는 곳이다. 풀냄새와 꽃향기가 기분 좋게 해 주었고, 적당히 부는 바람에 마른 흙냄새도 맡아졌다.
야생초 틈에 몇송이 남은 꽃양귀비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길게 뻗은 초록 풀숲 사이로 붉은 꽃과 야생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했다 싶어 한달음에 그 앞으로 갔지만 착각이었다. 그래도 몇 송이의 꽃양귀비가 야생초 틈에서 꽃잎을 펼쳐 나비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결국 내가 기억하는 꽃밭은 찾지 못했다. 이미 예상지점을 한참 지났기 때문에 되돌아가야 했다.
어쩌면 꽃밭을 찾았지만, 꽃들이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꽃 양귀비 씨앗보다 먼저 준비된 야생초들이 선수를 친 것일까?
몇송이 남은 꽃양귀비 @songyiflower
꽃들은 알려준다. 오늘 본 꽃은 다시 피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꽃이 피어나는 것도 믿어 보라고 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