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로 갔을까

개모밀덩굴

by 무쌍

너는 어디로 갔을까?
첫눈이 내리기 전날 분명 너는 그 자리에 피어 있었다.
중랑천 산책로에서 제주 바닷가에 피는 야생화를 만나서 반가웠다. 아이 손바닥만 한 풀포기에 꽃송이가 3개 달려있었고, 작은 구슬럼 동그랗게 어 있었다. 잔디처럼 바닥으로 잘 퍼지는 꽃이라 정원 조경에 종종 이용하지만, 산책로에 일부러 심은 건 아니었다. 분수대 옆 틈에 개모밀덩굴은 꽃이 피지 않았다면, 내 눈에 띄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모밀덩굴 (갯모밀, 개모밀)@songyiflower인스타그램

새벽부터 오전까지 눈이 맹렬하게 내렸다. 첫눈이 반가웠지만, 꽃이 걱정이 돼보고 싶었다. 점심때가 되자 눈이 그쳤다. 산책로는 인적이 없었고, 눈 위로 난 내 발자국이 유일했다.
그런데 개모밀덩굴이 사라졌다. 소복이 쌓인 눈을 조심히 손으로 걷어냈지만 보이지 않았다. 주변 눈을 다 걷어냈지만 흔적도 없었다. 찾아갔을 때 꽃이 있던 자리가 곱게 눈으로 덮여있었다. 이미 눈이 내리기 전에 포기채 뽑아간 것 같다. '눈 예보를 미리 알고, 누군가가 데리고 갔까?'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못된 사람이 또 훔쳐 갔구나' 미웠. 그러다 '누군가가 너를 보살펴 주려고 데리고 갔구나!'싶어 고마워졌다.

개모밀덩굴 꽃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주의 개모밀덩굴은 눈이 내릴 때까지도 잘 견디고 핀다. 엄마 집 마당에도 눈이 쌓인 사이로 분홍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났던 개모밀덩굴도 중랑천에서 뿌리를 잘 내리고 잘 자라고 있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부터가 개화기인 꽃이니 분명 강한 야생화다. 눈 쌓인 겨울을 보내고, 다음 해 가을이면 분명 꽃을 피었을 것이다.


눈 쌓인 산책로에 방금 걸어갔던 내 발자국 위를 다시 걸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귀여운 분홍꽃을 더는 볼 수 없으니 섭섭했다. 게다가 눈 내리는 날에 말도 없이 데려가다니 누구일까? 꽃을 못 봐서 마음이 불편한 건지, 눈 덮인 산책로를 더 걷고 싶었는지 오랫동안 걸으면서 눈 발자국을 찍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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