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그 앞으로 다니지만 따릉이는 세워져 있지 않다. 정작 있어야 할 자전거는 한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보관소엔 자전거를 넣을 자리도 없다.
주변은 음식물 포장지 쓰레기가 뒹굴고, 마시다가 남은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이 보인다. 지난주에는 다정하게 별다방이 새겨진 종이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들이 수시로 버려졌다. 사실 그곳은 쓰레기 무단투기 단골 장소였다.
나팔꽃덩굴 @songyiflower 인스타그램
보관소 뒤쪽 구석엔 흙이 쌓여 작은 야생초들이 자랐다. 내 눈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아수라장보다는 덤불이 된 야생초가 눈길이 갔다.
한동안 초록의 야생초들이 한꺼번에 뒤엉켜 뭐가 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 틈으로 줄기가 뻗어 나왔고, 나팔꽃 꽃봉오리가 몇 송이 보였다. 며칠을 기다리자 활짝 나팔꽃이 피었다. 동네에서 보던 나팔꽃보다는 크고 자줏빛이 도는 보라색이었다. 나팔꽃은 빈 자전거 보관소를 넘어서 밖으로 나오는 듯했다. 보관소 바닥을 타고 카펫처럼펼쳐졌다.
자연은 자기 주변을 장식하는 재주가 있나 보다. 늦가을이 되도록 나팔꽃 덩굴이 바닥을 향기롭게 바꿔 놓았다. 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내 집도 따릉이 보관소와 다르지 않다. 물건들은 있을 자리에 있지 않고, 여기저기 나와있다. 아이들이 놀다가 그대로 둔 장난감들과 쓰던 노트, 읽다만 책들이 섞여 있다. 집안에 물건들은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으면 모두 쓰레기 같다. 제자리를 지키는 가구들 외에 여러 개의 화초들만이 싱그러운 초록향기를 뿜어내고 있다.내가 키우는 화초들에게 고마워졌다. 늘 초록 자연에게 신세를 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