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바로 정리를 하는 사람과 꾸역꾸역 쟁여놓았다가 정리를 하는 사람. 나는 오늘 새로운 부류의 사람을 만났다.
바로 내가 이사 온 집의 전 세입자다. 아주 놀라웠다. 그는 곰팡이와 동거동락하며 2년의 세월을 보냈나보다. 어찌나 꼼꼼하게 곰팡이를 키웠는지 아주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씨발씨발 거리며 일주일 동안 화장실과 싱크대, 벽의 곰팡이를 닦았다. 결국 닦다 빡쳐서 그냥 도배를 다 해버렸다. 2년을 일주일로 씻어내기엔 무리였다.
이쯤에서 방을 보러올 때 잠깐 엿봤던 그의 삶을 떠올려본다. 삼십대 초중반쯤 되어보이는 그는 카카오의 개발자로 추정되며 가구가 없고 좌식생활을 하며, 옷은 열벌이 채 넘지 않는 사내였다. 그는 왜그리 경황이 없이 살았을까. 많이 바빴을까? 매일 야근을 했을까? 이게 바로 5포 세대를 넘어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포기하는 7포쯤 되는 청년세대의 현실인 걸까?
아니다. 그는 집에 올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의 집에 와 일해라절해라 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지독히 외로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갑자기 숙연해졌다. 이 집에 묻어있을 그의 땀을 비롯한 체액을 생각하면 조금 소름돋지만 이쯤에서 그를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저씨 오피스텔 좋은 데로 간다면서요. 거기선 행복하세요. 곰팡이 말고 다른 걸 꽃 피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