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_339일전
제목: “I & Gather”
2024년 지카카(김포 시각예술 비영리단체)의 전시주제는
ING 즉 “I & Ground”로서 “나다움 그리고 우리다움”이다.
그 안에서 9명이 자기만의 해석으로 소재와 재료를 찾고 자기만의 매체로 작업했다.
나의 전시주제는 “I & Gather”이다.
여기서 Gather는 ‘모은다’라는 행위를 의미하고, 과거의 시간과 공간 속 ‘기억’을 수집하여 현재라는 시간에 한꺼번에 ‘펼쳐놓음’으로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에 대한 현재와 미래의 입장이 어떠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작업했다. 이번 전시작업에서 나는 모으고 또 모으고 끝없이 모으기만 했다. 모으는 행위를 통해 기억이란 실체를 발견할 수 있지 않냐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시각 예술작업은 처음부터 끝을 알기보다 하다 보면, 끝까지 가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 더 많다.
나의 전시 소재는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이다. 주제가 아니다. 아마 처음에는 명확하고 확고한 주제였는지 모르겠다. 친정엄마의 그리움과 결핍으로 인한 자기 위안이 작업의 동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를 계속할수록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한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라는 두 분의 삶을 조명하고 해석하면서 진짜 나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에 귀 기울인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라는 모성을 소재로 하는 작업은 소설의 클리셰처럼 뻔하고 색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인간이라면 얼굴을 몰라서 그렇지 고아라도 엄마는 있다. 이런 뻔하고 명백한 사실이 엄마라는 불변의 이미지다. 시어머니는 단어만으로 고정되고 유형화된 확고한 캐릭터가 자리 잡고 있다.
명확한 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다.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거나 읽지 않는다. 소재가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그러니까 주제는 모성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당연하다.
나의 작업은 당연한 것과 싸우는 행위와도 같다.
치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작업의 순간순간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25년 동안 시어머니에게 받은 택배를 가지고 사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했다. 어떤 사람을 설명해주는 물건 즉 오브제를 찾는 것이 내 작업의 방향인데 시어머니에게서 찾은 오브제는 ‘택배’이다. 생생한 삶의 의지가 담겨있는,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는, 살 힘을 주는 먹거리 그 자체가 시어머니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보내는 택배가 계절마다 다르게 보내는 편지로 느껴졌다. 건강이 안 좋아 올해 마지막 농사를 짓는 어머니의 택배에 대한 작업은 해남 땅끝마을로 시집와 66년 농사꾼으로 살아온 시어머니 삶에 대한 존경이고 나만 할 수 있는 최고로 우아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