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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대로 삶 Jun 05. 2024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

오늘의 발견_338일전

제목: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


글쓰기와 그리기 그 두 가지를 잘하지 못하면서도 함께 가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이떠중이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글쓰기와 그리기는 다른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텍스트이고 그리기는 이미지를 상징한다. 그 둘은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 


글쓰기는 책을 좋아했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책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책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 중 어느 하나 때문이 아니라 그냥 좋았다가 이유다. 그냥이라는 수식어가 붙음으로 유전자에 각인된 것처럼 느껴지고 설명 필요 없이 신체 일부처럼 익숙해지고 당연한 존재가 된다. 


평생을 함께했기에 인연이란 단어를 쓸 필요도 없는 것이 글쓰기이다. 그에 비해 그리기는 글쓰기와는 완전 반대다. 관심은 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남의 것으로, 단 한 번도 꿈에서라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영역이다. 미술학원 문턱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적이 있었다면 생각이라도 해봤을까?

그리기는 너무나 뜻밖이어서 선물처럼, 운명처럼 받아들여진다. 


글쓰기와 그리기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그리고 출판과 전시라는 공공의 매체로 

따로 존재하면서, 함께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두 가지 키워드가 나의 50대 이후 삶이다.


텍스트의 힘이 사라지는 시대에 이미지와 결합 된 텍스트는 대중에게 접근하기 좋을 거란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더 솔직하게는 사진이나 영상, 그림 등의 직관적인 설명에 기대어 부족한 글쓰기의 숨을 곳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나에게 글쓰기와 그리기는 엄마가 바라보는 남매와 같다. 누구를 더 좋다고 말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둘 다 좋아하고, 함께하고 싶은 그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고민은 전혀 다른 길과 영역일 때 하는 거라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의 본진은 자연스럽게 정해질 거라 믿기로 했다. 그렇게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 된 작품과 작업을 지속해 추구해 오고 있다. 나의 작품에서 사람들은 사진, 영상, 그림에서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에서 어떤 이미지와 감정을 찾는 거 같다.


이번 전시에서 친정엄마라는 소재로 어부바라는 작업을 했다. 내가 기억하는 친정엄마의 이미지가 뭘까? 그리고 누구를 기억할 때 떠올리는 하나의 이미지를 찾으려 했다. 그것은 직장에 출근하고 집에서 손주를 돌보며 딸을 기다리는 이미지에 도달했다. 딸의 딸을 업고 딸을 기다리는 이미지가 나에게 각인된 친정엄마의 이미지였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대상인 친정엄마에게 조각조각 기억하는 이야기를 편지 형식의 텍스트로 작업했다. 촘촘하지 못한 작업 기획으로 과정속에서 힘이 무지하게 들어갔고, 결과도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최초로 직접적인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한 작품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았다. 


작품을 완성하여 전시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시도를 해서 어딘가에 도달해야만 끝난다. 


그런 의미에서 할 것이 너무 많아진 것이 최고의 성과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죽을 때까지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정말 어메이징한 축복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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