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주말이면 취하는 저녁이 시끄럽다
시끄럽던 숙취는
늦은 아침 쓰린 해장국이다
뒷 산이나 오른다
바람의 방향 바뀌는 시간
씨앗 부푸는 함성 벅적한 오후에
귀 막고 돌아 서는 해
황사 가득한 허공으로
산새 소리 솔잎 끝을 비껴 오른다
먼저 차가워져
뒤늦어 풀어지는 비탈의 질퍽 길
추위 속 꽉 찼던 속 시림
붉은 망개 열매 몇 개 늘어놓고
더딘 걸음에 나타나는 산길의 마음이다
그런대로 두어 시간
오르는 헐떡임, 내려가는 헐렁함
걷는 것은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마주침을 받아들이는 스침이다
솔잎 깔린 마사토 구불 길에서
이런 대로 반겨 주고
저런 대로 받아들이는
부끄러운 핑계의 가뿐한 변명
늦은 산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