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신발들도
끼리끼리 모여 산다
교실 복도 신발장
층층 가지런한 푸른 꿈
내무반 침상 밑
광 내고 기립한 젊은 꿈
산행 뒤풀이 백숙집 섬돌
구겨지고 엎어지며 사는 꿈
출상 전야 시루 콩 같은 발디딤
북적이며 끌어안는 허허로운 꿈
홀로 살 수 없는 짝의 운명이다
신발들은
이리저리 모여 산다
저 것들이 다 흩어져
섞이고 섞여
서로 부딪히고 밟히고 차이며
짝신 되어
홀로 돌아가는 곳
너의 신짝 옆이었다
서로 부딪히고 밟히고 차이며
떠나가는 곳
분리 수거함이었다
신발들도
나름 살다 가는 것이다
처음의 매듭 헐렁한 홀가분으로
갈 때는 꼭 둘이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