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달 뜨는 세월
당신은 늘 뒤에 있었습니다
뒤를 내어 주면
당신이 밟고 밟아 대어
너덜거리는 그림자
앞만은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려 했던 투명한 눈물
당신의 손수건에 젖어 있습니다
달빛에 절정으로 흐드러지는
벚꽃길 걸어갑니다
당신의 그림자 밟고 뒤 따릅니다
꽃잎 밟는 당신 뒤를 포옹합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그림자 내어 줍니다
내 그림자 보름달이 밟고 옵니다
달은 또 별에게 그림자 밟혀 갑니다
내 그림자 밟던 걸음 앞서 가는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 그림자
차마 밟을 수 없어
저만큼 멀어지면
꽃이 되는 꽃 그림자
그림자의 그림자
밟아 가며 밟혀 가는
검은 독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