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봄비는
속삭이는 편지다
보슬 부슬 나직한 목소리
천가닥 물자음 만가닥 물 모음으로
마른땅 여기저기 터치하는
젖은 사연이다
젖은 가슴 구석구석 파고드는
너의 얼굴
저리도록 오려 내는 사연이다
봄비는
흐느끼는 눈물이다
서로 끌어안고 부둥키는 하나로
처마 끝 낙수의 투신은
끊임없는 나의 하소연이다
너의 마음
미어지도록 부르는 호소이다
봄비
다 내리거든
너의 얼굴
너의 마음만은 두고 가거라
저리고 미어지는
아픈 사랑은 걷어 가거라
봄비
돌아가지 못하고
떠나간 사랑 달래는 진혼곡
온종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