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너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옷을 입히려 하면 팔을 쑥 내밀었고,
신발을 신겨주려 하면 앉아서 기다리던 너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 혼자 할 수 있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작은 손으로 버둥거리며 셔츠 단추를 끼우고,
신발 끈을 엉성하게 묶던 너의 모습이
서툴면서도 대견해서 나는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구쳤지만,
그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이건 네가 배워야 하는 시간이야.'
혼자 숟가락질을 하고,
혼자 양치질을 하고,
혼자 가방을 챙기는 너를 보면서
나는 작은 뿌듯함과 함께
아주 조심스러운 아쉬움을 느꼈다.
이제는 내 손길이 없어도 괜찮은 일들이 늘어났고,
나의 도움이 필요 없는 순간들이 하나둘 쌓여갔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순간이 "아빠, 도와줘"였는데,
지금은 "내가 할게"가 너의 입버릇이 되어 있었다.
너의 성장은 기쁨이었지만, 기쁨만은 아니었다.
내가 조금씩 너의 세계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조금은 쓸쓸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은 끝까지 손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손을 놓아주면서도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라는 걸.
너는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네가 넘어질 때마다 예전처럼 달려가 일으켜주지는 못할지라도,
늘 같은 자리에서 네가 다시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