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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n 03. 2016

한 잔의 바람

고라니 울음소리 구슬피 울리는 적막한 밤

초연한 바람은 소주 한 잔 싣고 온다

발걸음 무겁다 한숨 한번 쉬니

맨 정신에 그만 취해버린다


꺼질듯한 가로등 불빛 아래

아직은 조금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젊은 날의 방랑 혹은 방황의 감옥

끝인지도 모르는 시작


폐부 깊숙이 바람에 취해간다



 술이 생각나는 밤이 있다. 그런 밤은 대체로 쓸쓸하고 적막하다. 세상에 홀로 남은 것처럼 어디 하나 의지할 데가 없기에 술이 생각난다. 소주 한 잔 따르며 이 밤의 분위기를 삼켜버린다. 내 몸 안에 들어온 소주는 공허감과 뒤섞여 알 수 없는 위로를 건넨다.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삶에 대한 회의감은 점점 깊어졌다. 늘 의심이 들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건가?

 언제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만 명확한 답은 찾을 수 없다. 주위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나보다 잘 살고 있다 느껴졌다. 나는 그들에게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거 같았다. 스스로를 위한 어떤 명분이나 목표는 이미 희미해졌다. 무시받지 않기 위해 하루를 버티는 것이다. 어쩌면 무시받지 않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괜찮아 보여야 했다. 사회적으로 보통 이상의 존재가 되어야 했다.


 이런 날이 지속될수록 마음이 피폐해짐을 느꼈다. 내게 가장 무서운 것은 남들의 시선이 되었고 남들이 바라보는 나는 이미 내가 아니었다. 언제나 생각의 끝은 한 가지로 귀결됐다.

나... 잘 살고 있는건가...?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말해주는 조언자가 없기에 묵묵히 견뎌야 했다. 조언자는 없다. 남들도 다 똑같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은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힘든게 당연한 건데 왜 힘들어 하냐?

 묻고 싶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나는 답에서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나 그럴싸한 답은 내놓을 수는 있겠지만 그 누가 그 답에 확신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침묵했다. 저 답 또한 어떤 의심에시작된 답이겠지. 저 사람 또한 어떤 답이 필요했기에 답을 찾아겠지...


 젊은 날의 방랑 혹은 방황의 감옥. 우리가 커가면서 받아야 할 예정되었던 선물. 무엇이 들어있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선물을 뜯는 순간, 감당은 온전히 자신의 몫. 방랑을 해도 괜찮고 방황을 해도 괜찮다. 어차피 멈출수가 없다. 우리가 이미 삶에 대한 의심을 품었을 때 끝이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 끝에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결국 우리는 계속 걸어야 한다.


오늘도 나의 하루를 의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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