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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김 Jun 07. 2016

안개 속에서 거미줄 속에서


그대와 나의 거리만큼

자욱이 안개 낀 새벽 공기

보이는 것은 딱 그만큼


한걸음 내딛다 멈추다

넓어지다 좁혀지다

변함없이 딱 그만큼


무엇 하나 그대로일 것 같은데

문득 고개를 드니 눈앞에 거미줄

안개 낀 새벽 공기에 거미줄


여기는 내 영역, 넘어오지 마세요

이 안개 또한 내 영역


그대와 나의 거리

안개가 먼저일까

거미줄이 먼저일까


 때로는 사람과의 관계가 안개 낀 공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고 답답하다 느껴집니다. 나는 그 사람과 가깝다 생각했지만 상대방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고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은 나와 가깝다 오해할 수 있습니다. 안개 속에서 우리는 방향 감각, 거리 감각을 잃어버리고 어떤 선택이 옳은 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안개가 조금 꼈다면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면 바른 길로 걸어갈 수 있지만 자욱이 낀 안개 속에서는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듭니다.

 

 예전에 시골 내려가는 길에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이 낀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최대한 운전을 조심한다고 서행운전을 했는데 느낌이 이상해 잠깐 멈추어 밖을 살피니 3보 앞으로 낭떠러지인 적이 있었습니다.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운전을 조금만 잘못했더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겁니다. 이것은 비단 사람 사이에서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개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지, 활짝 핀 꽃길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우리는 두려움에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울 뿐입니다.

 그래도 괜찮은 것은 그런 안개 속에서도 누군가는 늘 경고를 해주는 거 같습니다. 밝고 환한 곳에서는 거미줄을 찾기는 무척 쉽습니다. 햇살에 반사된 거미줄이 투명하게 빛이 납니다. 그렇지만 안개 속에서는 거미줄이 코 앞에 있는 지도 잘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안개 속에서 길을 걷다 거미줄을 만나면 생각해야 합니다.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사람, 또는 본인인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에게는 우리는 늘 티를 냅니다.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안개 속에서 무작정 방황하면 안 되는 겁니다. 본인이나 혹은 그 사람들은 분명 어떤 경고를 했고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야만 합니다. 멀어지려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우리에게 쳐놓은 거미줄의 영역을 넘어서면 안 됩니다. 무시한 채 넘어간다면 발 밑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관계란 참 어려운 거 같습니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에게 강한 끌림으로 붙어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비교 판단하며 서로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확신했던 선택이 운명의 장난처럼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장난스러웠던 만남이 운명적인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는 알아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 받는 상처와 눈물들은 살아가면서 묵묵히 감내해야 할 피할 수 없는 몫입니다. 앞으로도 자욱이 낀 안개 속에서 방황할 거 같지만 그래도 그 끝에는 투명한 햇살이 내리쬐는 꽃길이 열려있길 바라겠습니다.



당신을 만나려고 참 힘든 길을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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