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김 Jun 28. 2016

이성적으로

내가 울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헤어졌다

왜 헤어져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울었다

이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나는 울었다


이유도 모르고

의미도 모르지만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울었다


우리는 헤어졌어요.

우리 헤어진 이유를 누가 알까요.

우리도 모르는데.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고

우리는 신촌의 한 거리에 있었어요.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분주한 사람들 움직임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정적이었어요.


마치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 있는 거처럼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고

우리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지요.


당신이 내게 '그만하자' 말했을 때

시끄러운 주변 소음 때문에

잘 안 들릴 법도 한데

그 입모양과 당신의 의지 때문인지

나는 정확히 들었어요.


'그만하자'


나는 납득할 수 있었어요.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았어요.

내가 만약 당신을 잡는다면

당신은 내 옆에 남아 줬겠죠.


그러나


그러면 안될 거 같았어요.

그냥

지금 헤어지는 게

우리에게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죠.

당신은 옅은 미소를 보이고는

그 분주한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어요.


분명히 방금 전까지

우리 둘만 있던 공간과 시간이

당신이 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어요.


너무나 허무하게

일상으로 모든 게 바뀌었어요.

나만 덩그러니

그 거리에 홀로 서있는 게

비현실적인 것처럼.


사실

나는 그 자리에서 울었어요.

남들 모르게

입을 꽉 다물고

소리 없이 울었어요.


분명히 괜찮았어요.

당신이 가는 모습을 보며

납득할 수 있었고 응원했어요.


순간적으로

'나도 잘 살아야지' 하며

어떤 다짐마저 했는데

.

.

.

눈물이 터져 나왔어요.

내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봐요,

당신의 빈자리를.

혼자 거리를 걸을 때

왼손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이유

늘 내게 기댔던 당신이 없는 이 순간

왼쪽 어깨가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

당신만 보면 늘 하늘 끝까지 올라갔던

광대가 딱딱하게 굳어진 이유


내 몸이 반응해요.


내 몸이 말을 안 들어요.





작가의 이전글 전화번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