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jing, CHINA
사람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대륙의 위엄'이니'대륙의 기상'이니 하는 참 황당한 중국 사진들을 올릴 때마다, 속마음은 '설마 저럴까?' 반, '역시 중국!' 반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어떤 것들이랄까. 그런데 이걸 어쩌나. 베이징에 네 번째 방문인 나도 현장을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던 것을.
첫 번째 방문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 두 번째 방문 연주여행, 세 번째 방문 역시 연주여행이었다. 다들 누군가 케어해주는 상황이어서 대중교통을 탈 일도 없었을뿐더러 기껏 돌아다녀봤자 공연장 근처나 관광객들이 바글대는 관광지 었다. 그러나 두둥 이번 네 번째 중국 여행은 유학생 김 모 양의 안내로 베이징의 길거리를 누비고 다닐 수 있어서 참 기괴한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진짜 과연 이것이 중국인가.
episode. 1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정도의 꼬맹이들은 바짓가랑이가 터져 있어 언제든 쭈그려 앉으면 응가와 쉬를 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유학생 김 모 양도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정말 당황했던 부분이라고 한다. "아이 귀여워"하고 아이를 보면 남녀 할 것 없이(특히 남자아이) 아이의 중요부위가 노출된 채 다닌다. 꺄악.. 그게 뭐 동네에서 그러면 그러겠거니 하지만 대중교통 안에서나 정말 시내에서 그러고 다닌다는 것이 함정. 정말 외출복 같은 옷이 그렇게 파여 있다는 게 충격이다. 옷이 그렇게 나온다는 거 아니야!!
여하튼 그런 아이를 몇 번 만나고는 이제 그러겠거니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한 할아버지 무릎에 정말 중국 아가같이 생긴 남자아이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김 모 양과 나는 아이 귀여워하며 눈길을 그 아이에게서 떼어놓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가 갑갑한지 할아버지 무릎을 내려와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 것이다. 그러겠거니 했는데 순간 나오는 오줌줄기.. 아악!!!
오줌줄기는 지하철이 가는 방향으로 줄줄줄줄 바닥에 길게 길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입을 벌린 채 표정관리를 할 수 없었다. 아악!!!!!!!!!!!!!!!!!!!!!!!!!!!!!
그렇다. 우리나라 70년대에도 바지 안 입히고 외출하고 그러기도 했다. 그래도 지하철은 아니잖아!!!!!!!!!!!!!!
뇌 충격을 금치 못하고_그 바지를 보고는 뭐 그러겠거니 했지만 그 장면을 목격하다니!!!!!_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유학생 김 모 양이 말한다.
"언니 이 길거리에 있는 똥 뭔지 알아?"
"개똥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한다.
"이건... 사람 똥이야.."
헉..
이렇게 많은 똥이 사람 똥이라니...
그런 식으로 아기들이 싸 놓은 사람 똥이었다..
"언니 나는 직접 보기까지 했어!!"
오 마이 갓! 대륙의 위엄.
episode. 2
이것도 지하철이다.
내가 여행하고 있을 시기는 중국 국경절이기에 사람이 평소보다 현저히 적은 편이라고 했다. 연휴가 길어 베이징 사람들은 고향에 내려가거나 여행을 가거나 하고, 지방 사람들이 베이징을 서울 구경하듯 올라온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은 너무 많고, 너무 넓고, 너무 시끄럽고. 중국은 참 너무하다.
여하튼 녹초가 된 상태로 지하철을 탔는데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 문이 열리자마자 봉에 내 몸을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가족으로 보이는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함께 들어왔다. 어디 지방에서 서울, 아니 베이징 구경하러 왔나 보다. 그런데 갑자기 등산용 접이식 의자와 목욕탕 의자를 펼치더니 문 앞에 촤라락 앉는 것이다.
오오 세상에. 지하철에 간이식 의자를 들고 다니다니.
대륙의 위엄이니 뭐니 해도 장딴지가 코끼리가 된 나로선 부러울 따름이었다.
베이징, 참 여러 번 왔지만 익숙하고도 낯설다. 얼굴들은 익숙하지만 그 행동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단 거대하고 많고 정신이 없다. 사람들이 하두 크게 말해서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나도 밤에 잠을 청하러 침대에 누우면 뜻도 모르는 4 성조의 말들이 귓가에 뱅뱅 돈다. 또 문화 자체가 한국은 미국의 문화를 많이 받아들여 미국 문화가 익숙한 반면, 중국은 거의 그런 게 없다는 것.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이 거의 없다. 중국은 길거리 음식과 차 문화가 있다. 영어는 모두 중국말로 바꿔 표기한다. 모두 중국식이다.
이렇게 기쎈 국민들을 건사하려면 정말 사회주의란 큰 틀은 최선이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자유주의 들어왔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 서울에 돌아오니 질서와 배려가 이리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구나 싶다. 참으로 고요한 서울이다.
@2013 Beijing, CH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