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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맘 Mar 18. 2024

엄마도 어린이집 적응이 필요해

생후 18개월: 구겨져서 자도 여전히 엄마품이 좋지?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우리 아기도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다. 복직을 염두하고 대기를 걸어놓은 직장어린이집에 드디어 자리가 나게 된 것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집 등원인데 막상 5월까지 휴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아기를 등원시키니 왠지 휴직기간이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요새 한창 말이 트이고 순간 아기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괜스레 아깝게도 느껴졌다. 어쨌든 아가의 어린이집 적응에 시간이 걸릴 터이니 시원섭섭한 마음을 억누르고 2주째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데, 웬걸 아가보다 엄마의 적응이 더디다.


엄마를 찾으며 우는 같은 반 친구들을 보며 아직은 주변 카페에서 매일 서성이는데, 아기가 나를 찾으며 운다는 연락은 아직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아기가 잘 있나 궁금한 나만 창문 근처를 서성이고 키즈노트 어플을 들락날락한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선생님께서 올려주시는 알림장을 수십 번씩 정독하고, 식단 사진을 보며 아기가 어떤 걸 먹었을까 혼자 추측해 보며 시간을 보낸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드디어 나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태생이 이상한 건지 그게 잘 되지를 않는다. 떨어져 있어도 온통 아기 생각이 가득해 한시바삐 아기를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낮잠에서 깨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쁘게 어린이집으로 후다닥 달려가면 아기는 의외로 태연하게 나를 맞이한다. 엄마인 나만 전전긍긍하며 오늘도 안 울고 잘 있었냐고 선생님께 묻기 바쁘다. 사실 아기도 내가 보고 싶어서 한참을 울었다는 말이 듣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안정애착이 형성된 아이일수록 엄마와 잠깐의 이별을 잘 받아들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 너무 태연하게 잘 적응해 주는 아기에게 고마움보다 섭섭함이 앞선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철이 없다.


한나절의 이별 후 재회한 아가는 더 소중하고 이쁘다. 얼마 남지 않은 하루동안 내 넘치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쉴 새 없이 재잘대고 손과 발을 조몰락거린다. 복직하면 저녁 퇴근 이후에야 겨우 이런 시간이 날 거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너무나 아쉽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아기는 요새 예상치 못한 때 하트와 사랑해 애교를 남발하면서 밀당을 시전 한다. 본인이 애교를 부리면 엄마아빠 모두 만사를 제쳐두고 본인을 향해 달려온다는 사실을 벌써부터 깨달아버린 아가는 수시로 본인을 안고 업으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나는 아가와의 밀당에서 매번 져버리고는 한다. 어느새 내 키의 절반을 넘어선 아가를 안고 있는 내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는데 아가는 좁디좁은 내 품 안에서 언제나 단잠에 빠진다. 구겨져서 자도 언제나 엄마 품이 제일 좋은 아가를 보니 어린이집으로 섭섭해졌던 내 마음이 단숨에 위로를 받는다.


아가가 기고, 서고, 걷게 된 이후로 아가의 세계에서 내가 설 자리가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 내가 전부였던 아가의 세상에 어느덧 선생님도 들어오고, 친구들도 들어왔다. 그래도 언제나 아기가 바삐 세상을 탐색하고 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찾는 곳은 내 품이다. 이제 곧 내가 복직까지 해버리면 우리 둘의 관계는 서로가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언제나 하루의 끝에 서로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야 한다. 아가는 이미 그럴 준비가 된 것 같은데, 엄마인 내게 오히려 더 적응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의 놀이를 관찰하고 모방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다는 알림장을 보면서 하원 후 어떤 이야기를 건네줄까 생각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하다. 엄마도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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