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벗 삼다
눈 오는 새벽, 비 내리는 저녁에 좋은 벗이 오지 않으니 누구와 얘기를 나눌까? 시험 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니, 듣는 것은 나의 귀였다. 내 팔로 글씨를 쓰니, 감상하는 것은 내 눈이었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늘,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
조선후기 시인 이덕무 글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휘휘대며 부는 날
석양이 너무 쓸쓸해 보여
나도 같이 쓸쓸해지는 날
억새꽃 같이 하얀 머리의 엄마가
자꾸만 보고 싶어 지는 날
모락모락 연기 피워 올리던
고향집 굴둑이 마냥 그리워지는 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인 것 같아
자꾸자꾸 눈물이 날 것 같은 날
누군가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날
이런 날은 나도 "나를 벗 삼아" 견뎌야 한다
나를 나처럼 알아줄 이 없고
나를 나처럼 이해해 줄 이 없으니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