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로 촉촉해진 살갗을
얇은 슬립으로 감싼 채
밤새 너를 기다렸다
네 품에서 깨어나지 못할지라도
빠져들고 싶었지
그러나 첫 닭이 울고
먼동이 희뿌옇게 눈을 뜰 때까지
끝내 너는 오지 않았구나
지금 나를 기받치고 있는 건
벌써 며칠 째
목구멍너머로 한 주먹씩 쓸어 넣은 항생제,
소금에 절여진 간고등어처럼
머리부터 발 끝까지 가득 찬 약기운이
몸을 뒤척일 때마다 건조한 살갗 위로
불쾌하게 스며 나온다.
너는 오지 않고, 나는
찾아와 주지 않는 너를 기다리다 지쳐
점점 날카로워져 가고
지난밤, 비몽사몽 주술처럼 외워대던
내 믿음의 기도는 주파수가 틀렸던 것일까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어디를 떠도는지…
불면,
너는 오늘 밤에도 나를 찾아오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