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한 무리 기러기떼가
하늘 가득 브이자를 그리며 날아갑니다
오늘하루도 승리의 삶을 살았노라고
카드섹션을 하듯 질서 정연하게
자축 쇼를 펼칩니다
공동체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 때
비로소 하나가 되는 거라고
아래 세상을 향해 일침을 날리며 날아갑니다
한없이 아름다운 저녁입니다.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저녁입니다.
적막은 산 쪽에서부터 내려와 정오를 거치면서 내가 누운 정자에 함께 누웠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내가 깨어나지 않게 적막은 내 누인 머리를 고이며 세상으로부터 나를 단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