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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의 웬즈데이가 '수요일의 아이'인 것처럼 최근의 나는 '목요일의 어른'으로 지내고 있다. 목요일은 일주일 중 출근하지 않는 첫 번째 요일이고, 목요일은 미술치료와 운동장과 공방까지 제법 빠듯한 예술활동을 소화해야 하는 날이고,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라 한 번 외출할 때 처리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처리하되 기왕이면 일주일에 하루쯤은 치료에 몰두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출근하지 않는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이 빠듯한 일정을 짜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요일 저녁마다 목요일에 출근하지 않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해봐야 어차피 술을 조금 더 마시는 것 뿐이지만-를 건너뛰어야 한다는 것은 아쉽다. 물론, 그렇다고 술을 안 마시는 건 아니고,
가게 이름 그대로 토핑폭탄을 맞은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갑진년이라 용이 그려진 술을 사고, 대파는 싫으니 모두 건져 내고, 홀짝홀짝 술을 마셨다. 김치찌개의 이로움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좋았다. 먹고 남으면 이 토핑, 저 토핑 넣어 끓여서 못해도 3~4번의 끼니를 때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가성비 높은 게 없지 싶다. 요리를 안 한지는 꽤 되었다. 어쩌다 한 번씩 라면을 끓이거나 파스타를 만들거나 스테이크를 구울 때 빼고는 좀처럼 불을 쓰지 않게 되었다. 재료비도 만만치 않고, 인건비도 그렇고, 시간 비용도 그렇고... 직접 무언가 만들어 먹는 것은 꽤나 비용이 높고, 무엇보다 나를 먹이려고 뭔가 하는 일이 세상 귀찮고, 나 하나 먹이자고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드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이 가게에서는 검은색 일회용기를 사용하는데, 흰색 일회용기는 물이 들어 물든 것을 빼는 데 드는 물도 세제도 인건비도 낭비지 싶어서, 검은색 일회용기마저 마음에 들어 종종 따끈한 고기와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주문하곤 한다. 무엇보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 그럼에도 청소니 뭐니 하고 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 아니겠나. 귀찮다고 숨을 안 쉴 수 없으니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아무것도 안 먹을 수 없으니 결국 주문, 배달... 한 때 요리 잘하고, 청소 잘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하길 바랐던 적도 있었는데 그건 연애를 빙자한 노동력 갈취이고 정당하게 고용을 하자니 그럴 돈은 없고, 그러니 결국 주문과 배달... 그래서 늘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자영업자들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배달 오토바이 혹은 전기 자전거 혹은 그냥 자전거에 오르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