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부담없는 사이
지금이야 누구든 만나 이야기하는데 거리낌 없지만 그 당시만 해도 대화를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했다. 재미있고 시의 적절하고 기분 좋은 그런 이야기거리를 찾다 보니 꽤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긴장한 탓이다. 그리고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나와 그 사람 자체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될것을 내가 사회성이 부족한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면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반으로 준다는 것이다.
UAE에서 워낙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속사정을 주고받다보니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내가 참 작은 세상에 있었구나. 비단 환경의 문제가 아니었을거다. 다른것을 먼저 거부했던 나자신의 문제였다. 십대는 학교를 다니고 이십대는 직장을 찾고 삼십대 결혼을 하고 ...... 그 시간을 얼마나 다르게 살아왔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그들을 만날수 있어 감사하다.
이 나라는 단기로 일하러 온 사람들을 expat 이라고 부른다. 3년만 지나도 다시 볼수 없는 경우가 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함께할 수 있는 동안은 더 거리낌없이 사귈 수 있다. 도움을 주고 받은 많은 친구들도 일년만에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다른나라로 갔다. 아쉽기도 하지만 인생에 있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당장 내일 출국을 결정하는 일이 생길지라도 그건 내일이니까. 미리 걱정하고 사람을 사귐에 있어 먼저 거리를 두는 일은 없다. 학찰 시절이 지나 친구를 만나는 일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따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여기로 온 이후 다시 해석해 본다. 학창시절이야 말로 내가 놓인 환경에 따라 친구를 만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나와맞는 사람을 찾아 사귀는 일이야 말로 이해관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좀 많이 귀찮은 일임에는 틀림었다. 그 와중에서도 내가 전혀 모르던 세상 그리고 죽을때까지 알 수 없던 세상을 열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건 선물이다.
이십대에 방송인 생활을 했고 지금 고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다 다시 치대에 입학한 일
컨설팅에서 일하다 요가로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일
풍족한 재산이 있지만 발로뛰며 새로운 사업체를 처음부터 일구는 일
경찰대학에 아깝게 떨어졌으나 일상에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
한팔을 잃었지만 동물 보호 단체에서 봉사활동 하는 일
전통문화를 보존하려 어린이 서적을 만드는 일
고국의 장인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디자인으로 이를 알리는 일
해외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가벼운 마음가짐이다. 뜻하지 않았지만 그순간 내가 받는 에너지는 일상에 파고든다. 부족한 나는 늘상 배우는 처지이다. 정체를 알수 없는 이 무형의 그룹에서 나는 끝도없는 개성을 느낀다.
그들로 부터 받는 에너지는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