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주 Dec 04. 2017

귀여움이 뭐길래

글쓰기 클래스 2회차_주제: 귀여움

     어린 시절의 나는 "귀여움"이란 감정이 엄청난 미스터리였다. 옆집 강아지를 예뻐하는 옆집 친구는 어쩜 저렇게 지치지도 않고 강아지랑 놀아줄까? 나에게 강아지는 단지 신기한 대상이었으며, 5분 놀면 지겹고, 지치는 존재인 것을 말이다. 의심 많고 또한 건방졌던 나는 '분명 저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자기자신에게 자아도취하고 있는 걸 테야'라고, 멋대로 해석해버렸다.


  난 의심이 많다. 사람도, 내 미래도 심지어, 감정 역시 치밀하게 따지고 잰다. "귀여움"이 궁금하여서, 귀여운 것들의 특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귀여운 대상들의 종류를 수집하고, 공통적인 특성을 추출하였다. 그렇게 요모조모 살펴본 결과, 당시 내렸던 귀엽다는 평판을 듣는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분석결과는 아래와 같다. 일단 귀여움은 작아야 성립된다. 순한 이미지를 가지면 더욱 좋다. 혹은 살짝 엉뚱해야 귀엽다. 하지만, 그 엉뚱함이 평가자의 예측범위 안에 있어야 귀엽다는 평판을 듣기가 좋다. 종합해보니, 어린아이, 강아지, 새끼 고양이 등 어린 존재들의 특성이 결국 귀엽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 같았다.

   

   어쭙잖은 분석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이 성긴 분석결과는 예외가 너무나 많았다. 덩치가 산만하고 여자를 한 팔에 한 씩 거뜬히 들 수 있는 마동석은 별명이 마요미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길거리의 작은 강아지가, 삼촌의 100일된 조카가 귀엽지 않다. 귀여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머릿속을 웅웅 울리고, 속이 어지러울 뿐이었다. 내가 무언가 고장이 나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내가 변한 것은 사랑을 알고 나서 부터였다. 의심 많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중인 것을 알아챈 순간은 바로 그 사람이 귀여워보이는 때였다. 그 마법의 순간이 찾아오면, 도무지 저항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무조건 항복. 얼굴 근육하나하나가 흐물흐물 내려 앉으며, "오구오구 그래쪄요"를 반복하게 되는 귀여움의 마법은 치명적이다.


  사랑할 줄 능력은 세상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바꾸었다. 사랑 버프가 깔린 쳐다보는 세상은 귀여운 것 투성이었다. 마동석은 마요미가 맞으며, 아기와 강아지는 앓다죽을 귀여움을 가지고 있으며, 때때로 작은 돌멩이마저 나름 귀엽더라. 귀여움을 감각하는 능력이 개발되다보니, 귀여운 구석을 발견하는 능력도 개발되었다. 먹을 것을 너무나 사랑하는 내 친구의 식욕마저 귀엽다. 자연스레 나는 더 행복해졌다. 귀여워할 줄 아는 자는 행복할 기회가 많은 사람이 아닐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