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다. 어제 그녀는 드디어 나에게서 매번 느끼던 것의 핵심을 찾았다고 했다. 생각이 많고 얼핏 깊은 듯도 하지만 사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머릿 속에서 사고의 갈래들이 무한하게 펼쳐져 웅성거리는 걸 보면 정말 눈물나게 맞는 말이었다. 답은 정해져있고, 그 안에서 맞춰서 사고하는 것은 계속 내가 해오고 있는 것이었다. 뿌리가 얕아서 일순간의 바람에 다 뽑혀버렸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의 내 이야기가 일순간에 설명되었다.
내가 내 스스로 누군지 알지 못하니, 나를 반영해주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나는 차마 자신이 없어 내 스스로를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알아가지 못하니까, 나를 반영해주는 이를 애타게 찾고, 그 안에서 의존했었구나. 아, 나의 의존성의 정체가 이 것이었구나. 홀로 내가 누구인지 알아갈 수도, 내가 누구라고 정의내릴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구나. 하나가 풀리니 내 삶의 다른 막다른 곳에도 바람이 통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놀랍고, 따듯하고, 고집있고, 흔들리지 않는 강한 자기줏대가 있었다. 그녀의 글이 그렇게 아름다웠던 이유는 영혼이 그만큼 아름다워서 그랬겠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 그렇게나 눈물이 났던 것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진실되었던, 그 진정성 때묻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장점이 어마어마해도, 그 것을 닮아가기만을 추종한다면 그 것은 내 삶이 아니요, 눈이 부셔서 견딜 수 없다해도, 그 빛을 따라 정신을 빼놓고 걸어가면 그 것 역시 내 삶이 아니다. 그 사실이 이렇게 뭉클하고, 설레고, 아프다.
나는 어떨까. 진정으로 공감하고,상대의 아픔을 함께 짊어주려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의도가 아마 나의 대체불가능한 지점일 것이다. 대단한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게 내가 이미 가진 것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포기하려 들었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무런 입력이 없이도 나를 정의할 수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오롯히 내 안에서 무한으로 뻗어나가는 그런 인간성장의 방향성을 꿈꿔보자. 나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무수히 세상의 네온사인에 시선을 빼앗겼던 나는 드디어 나의 달빛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