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이었다. 퇴근한 순간의 금요일 밤은 유일하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왜냐하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회사를 가지 않고 이틀 밤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소주 2병과 냉동 피자 한판을 사 와 원룸에 돌아왔다. 그리고 TV를 튼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를 틀어놓는다. 피자를 대운다. 술과 함께 먹는다. '행복하다.'라는 감정이 든다. 앞으로 두 밤은 회사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집에 있을 수 있음에 안도한다.
소주를 한병 반 정도 먹고, 약간 부족함을 느낄 때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왜 매일 나는 자연인이다만 보는 거야?"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TV속의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어느 순간 볼 수 없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동물이나 자연이 나오는 프로그램 밖에 볼 수 없어." 뉴스를 보면 속이 터지고,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예능은 토가 나오거든. 그렇게 말했더니, 옆에 있던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물었다. "너는 누구야?"
그는 약간 피곤해 보이는 눈으로 내게 말했다. " 나는 너 자신이야. 네가 나를 만들어 내고 너 앞으로 끌어낸 거지." 그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그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았다. 자신감 없는 눈, 찌그러진 얼굴의 형태, 부족한 머리숱, 불룩하게 나와 있는 큰 배, 기형적으로 짧은 앞다리와 얇은 뒷다리. 양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묘하게 나와 닮아 있었다. " 너는 나구나?"
그는 말했다. "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소설 속 양 사나이는 아니야" 그는 피곤한 듯이 원룸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먼가 요즘 힘든 일이 있는 거야?" 나는 고개를 졌는다. "그냥 그렇지 머. 똑같은 일상이야. 그리고 이번 주말엔 꼭 쓰레기를 버릴 거야." "너마저도 나를 판단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아 줘. 나는 많이 지쳤어." 그리고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는 다시 혼자였다. 이제 방에서 나가야 한다.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20L 쓰레기봉투에 집에 널려 있던 쓰레기를 다 집어넣는다. 20L짜리 2개가 쓰레기로 가득 찼다. 주변이 정리되자 묘한 성취감이 든다. 이 기분이면 집 밖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따뜻한 봄날이었다. 햇살이 따뜻하다. 왜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던가. 세상은 아직 멸망하지 않았다. 그대로 집 앞 벤치에 눕는다. 눈을 감는다. 너무 따뜻하다. 그리고 밖에 돌아다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살아있다. 나는 아직까지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