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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Nov 30. 2017

내가 포기할 때까지, 아무것도 끝난 것이 아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브런치 연재하시는 취업 관련 글을 보고 메일을 드립니다. 갑작스러운 메일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용기를 내어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16년 8월에 브런치에서 취업과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독자로부터 수십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런 메일을 받은 날이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쓰는 글이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작가로서 영광스러운 일이다. 독자에게 받은 모든 메일이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내가 쓰는 글이 독자의 아픔과 어려움을 담보로 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기에, 기쁜 마음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탓이다. 독자의 아픔이 없었다면, 이  글은 시작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공유 수가 올라갈수록,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더 조심스럽고, 고개 숙이게 되는 이유이다.


내가 첫 취업을 할 당시에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말이 많았다. 실제로 2, 3년 먼저 졸업한 여자 동기들보다 나의 취업 준비는 더 험난했다. 고작 몇 해 만에 상황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꼈던 그 기억. 


취업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피부로 냉혹한 현실을 느끼고 있을 청년들의 아픔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이 글을 빌어, 어쭙잖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생각해본 적 없던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무엇이 나를 만족시킬까?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먹고사는 문제에 대입시키는 것이 어쩌면 사치스럽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사람은 빵 만으로 살지 못한다.


몇 년 전, 결혼을 준비하면서 청첩장의 문구를 직접 썼다. 고민 끝에 적었던 한 문구. “현실을 핑계로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아내를 향한 나의 다짐이다. 끊임없이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며 살겠다는 약속이었다. 


이 약속의 근간은 취업을 준비하던, 그 고민의 시기에 태어났다. 현실을 핑계로 안주하지 않겠다고, 환경을 핑계로 좌절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하곤 했다. 그리고 여전히, 이 마음을 간직하려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 성공이라면, 나는 아마 평생을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살아가면서 인간의 목표는 계속 변한다.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면 나는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곤 했다. 끊임없는 목표의 달성과 실패, 그리고 목표의 재설정을 통해 인생은 정반합의 과정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삶 속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를 해소할 목표가 들어선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균형을 찾고, 그다음엔 다시 처음으로 회귀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이대로라면, 숨을 거두는 그 순간이 되어서야 아마도 나는 내 인생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신 전자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얼리어답터 같지 않은가? 내 삶의 의미가 성공 여부에 있다면,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라면, 아마도 나는 평생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결과의 열매는 순간이고, 결과가 과정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약한 한 인간인 나로서는 이런 가혹한 인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행복은 과정 속에 있다.


결과의 행복을 과감히 던져버리자. 행복은 과거를 추억하는 데 있지도, 미래를 꿈꾸는 것에 있지도 않다. 과거는 이미 흘러간 허상이며, 미래는 아직 불투명한 환상이다. 과거도 미래도, 결국 현재의 나를 기준으로 평가가 달라진다. 현재의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과거의 어려움도 미래의 꿈도 장밋빛으로 물드는 것이다. 결국,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은 이 끊임없는 미완성을 걸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현실은 가혹하다. 어쩌면 시베리아 벌판에 뿌리를 내린 선인장의 상황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현실이 선인장의 삶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모든 삶에는 의미가 있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헌법에 행복추구권이 괜히 들어간 것이 아니다. 행복은 다른 사람이 정의 내리지 못한다. 오로지 나만이, 나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히,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에, 그 과정 속에 의미를 두라는 마지막 조언을 남긴다. 순간의 성공과 실패에 흔들리지 말기를. 시베리아 동토라도 깊은 곳까지 뿌리내리기를. 동토의 깊은 곳도 열대지방과 다르지 않은 지열을 품고 있기에. 그 따듯한 상온을 향해 파고들어가는, 바로 그 순간에서 당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멈출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은 과정에 있다. 눈 앞의 성공과 실패는 지나가는 것이며, 눈 앞의 목표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되고 잊힐 찰나의 것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커리어를 쌓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성공의 달콤함도 실패의 쓰라림도, 모두 삼키며 다음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의 거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멈추기 전까지, 그 어떤 것도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좌절할 것도, 자만할 것도 없다. 인생은 벌거숭이로 시작하여 벌거숭이로 끝나는 여행이다.


갈 길이 먼 한낱 직장인의 시건방진 조언이다. 개똥철학보다 못한 꼰대 짓일지도 모르겠다. 정답이라는 확신도 없다. 나 또한 여전히 흔들리는 잡초요, 시베리아에 뿌리내린 선인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아주 조금 먼저 시작했을 뿐이다. 나의 부족한 사견을 토대로, 당신이 더 나은 인생을 살기를, 그리고 더 좋은 삶을 만들어 나가기를, 더불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곳으로 향하는 에너지가 충만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목소리를 낸다. 우리의 삶은 모두 한 길로 이어진다.


부족한 글을 진지하게 읽어주신 모든 독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모든 분들이 걷는 발걸음에 진한 행복이 묻어 나오길 기원한다. 용기를 잃지 않고, 다음 한 발을 내딛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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