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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le Lee Nov 23. 2017

언제나 따라붙는 꼬리표,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면접의 막바지. 면접관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 지원자를 향해 말한다. 몇 초간 침묵이 지속되면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셔도 좋습니다.”라고 말을 잇는다. 그러면 지원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면접관을 향해 인사하고 면접장의 문을 나선다. 


어느 회사나 면접장의 마지막 풍경은 비슷하다. 멘트에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같다. 마지막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느 회사나 면접장의 마지막 풍경은 비슷하다.


열에 여덟, 아홉은 이 마지막 질문을 침묵으로 지나친다. 혹 대답을 하더라도 “없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곤 한다. 그래, 침묵보다는 이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낫다. 멀뚱멀뚱 면접관을 바라만 보는 것보다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더 깔끔해 보인다. 면접관들도 의례 질문이 없겠거니 생각한다. 대부분 그렇게 지나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 위로는 물음표 하나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저기, 저기말야,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 진짜?라고. 이미 회사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사실은 별로 관심 없이 찔러보듯 지원했는데 덜컥 면접에 붙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온 걸까? 면접관의 마음 한편이 심란해진다.


저기,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어?


면접은 면접관의 ‘질문’과 지원자의 ‘대답’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 말은, 면접관이 질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지원자가 발언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지원자가 아무리 준비해왔어도, 질문이 없다면 말조차 꺼내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의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은 완전히 열린 질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이야기의 주제를 선정할 여지를 주는 것이다.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은 '패자 부활전 티켓'이나 다름이 없다. 눈치 빠른 지원자들은 이 질문을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한다.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은
패자부활전 티켓이다.


1. 업무와 회사에 대한 관심의 깊이를 보여주자.


많은 지원자가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에 침묵을 지키거나 자잘한 질문을 던진다. “연봉이 어떻게 되나요?” 라든지, 아니면 “이번 채용 면접 경쟁률이 어떻게 되나요?”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어쩌면 얼른 이 어려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이런 것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이런 것 밖에 질문할 것이 없을까? 진심으로 지원자들에게 의문이 들곤 한다. 만약 입사하게 되면 내가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정도를 보내야 하는 곳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가야 할 곳, 그리고 향후 몇 년, 아니, 몇십 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를 곳이란 말이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게 없는지? 아니면, 정말 질문할 것이 이런 내용 밖에는 없는 것인지?


연봉, 복리후생은
합격통보를 받은 후 확인해도 늦지 않다.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에 연봉이나 경쟁률, 복리후생과 같은 내용을 질문하는 것은 자살골이나 마찬가지다. 기껏 면접 중에 쌓아온 좋은 이미지가 단 한순간에 날아갈지도 모른다. 지원자의 입장에서 이런 처우 조건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면접관도 결코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연봉 조건, 복리후생은 최종 합격을 한 후라도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다. 만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입사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어쩌면 더 좋은 조건을 위해 회사를 상대로 협상할 여지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회사의 복리후생과 연봉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기업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 특히 현직자의 목소리를 통해 회사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다.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입사까지도 고려할 정도로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회사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회사의 업무 문화, 조직 규모, 소속될 팀의 업무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앞으로 수행하게 될 업무에 관해 더 구체적인 정보를 얻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정보가 없이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어렵게 입사하고 나니 업무가, 회사 문화가, 팀의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아 퇴사를 고려하게 된다면 얼마나 좌절스러울까.


회사와 직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질문이 주는 최고의 장점은 지원자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질문 자체를 활용하지 않고 내팽개칠 때, 아니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 당신의 커리어와 꿈에 대한 열정이 엿보이는 질문을 던지자. 지금까지 별 관심이 없었던 면접관도 당신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될 것이다. 면접관은 진짜 자신과 함께 일을 완성해나갈 사람을 찾고 있다. 


2. 부족한 답변을 보충하자.


아무리 뛰어난 지원자라도 면접이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급하게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느라, 혹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긴장이 덜 풀려서, 내 마음과 다른 말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면접 내내 발목에 매달린 모래주머니처럼 거추장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은 이 혹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만약, “혹시 아까 면접관님께서 질문을 주셨던 제 경력사항에 대해 다시 답변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제가 미처 드리지 못한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지원자가 말한다면, 심각하게 시간에 쫓기는 상황만 아니라면 발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러면 지원자는 한층 정제된 언어로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에 면접관은 귀를 기울이게 된다. 면접에서 지원자가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지원자의 답변 속에 면접관으로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무엇인가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버리기에 더 가치가 있는 기회


면접관의 마지막 질문에 반응하는 사람은 드물다. 모두 그냥저냥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질문에 반응하는 사람은 가치가 있다. 잊지 말자. 채용은 ‘옆 사람보다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찾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너무 쉽게 버리는 그 기회를, 당신은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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