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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뚜껑은 왜 둥글까요?”
한국에서 한창 압박 면접이 유행하던 시절, 세계적인 IT 회사 구글의 면접 질문은 채용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답이 없는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인사담당자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보고자 한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현재, 한국의 채용 시장에 다시금 새로운 유행이 번지고 있다. 이름하여 ‘구조화 면접’이 그 주인공이다.
채용 시장에 새로운 유행이 번지고 있다.
‘구조화 면접’이 그 주인공이다.
구조화 면접은 기존의 창의력 테스트와 같은 질문들이 조금 더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구글 면접 질문의 경우 뚜렷한 해답이 없고, 지원자의 답변을 평가하는 평가자의 성향과 그릇에 의해 평가가 크게 엇갈릴 수 있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구조화 면접의 경우 평가자 개개인의 판단보다 지원자의 답변이 어떤 내용인지에 따라 객관적, 일률적인 평가를 내리게 된다. 답이 없었던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테스트와는 다르게 구조화 면접의 질문 답변에는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다.
구글의 면접과 구조화 면접의 공통점은
지원자를 당황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구글의 면접 질문이 현실의 업무와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질문에 가깝다면, 구조화 면접의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인 경험이나 지원자 자신에 대한 질문이 많다. 즉, 좀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유형 모두 명백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지원자를 당황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구글의 면접이 질문 자체에서 지원자를 압도한다면, 구조화 면접은 질문의 숫자와 깊이에서 지원자를 압박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리 준비된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당신의 가장 큰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단점으로 인해 가장 곤란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그 경험을 할 당시, 어떤 생각을 했나요?”
“이 단점을 고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그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던 경험이 있나요?”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하여 최소 3개 이상의 질문이 파생 상품처럼 뒤따라온다. 그 답변에 따라 지원자의 답변의 진실 여부, 고민의 깊이와 역량, 그리고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원자는 자신의 바닥을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좀 더 부드러운 형태의 압박 면접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번 자괴감에 빠져든 지원자는 회복 불가 상태가 된다. 그 뒤로 어떤 새로운 질문이 와도 위축된 마음을 풀기란 쉽지 않다. 한 마디로 ‘말리는’ 것이다.
사실 구조화 면접은 매우 쉬운 편이다.
면접에 들어간 지원자가 이렇게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 것을 보는 것이 채용담당자로서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당연하다. 면접은 뽑기 위해 하는 것이지, 떨어뜨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한 편으로 답답한 마음도 든다. 사실,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면접들보다 구조화 면접은 쉬운 편에 속한다. 지금까지 유행했던 면접의 유형을 살펴보자. 압박 면접, 구글 식의 창의력/문제 해결 능력 검증, 호프 면접, 식사 면접, 토론 면접, 그리고 정점을 찍는 실무 체험 면접까지, 그 어떤 것도 지원자가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았던 것이다. 하지만 구조화 면접은 다르다. 구조화 면접은 직무 수행 능력 기반 채용에서 곁가지로 나온 유행이다. 즉, 자신의 경험, 경력, 이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안에서 나의 약점과 강점, 부족한 점과 뛰어난 점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그리고 채용 평가자의 입장에 서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내가 가진 지원자로서의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다면, 충분히 면접에서 나오게 될 질문을 예측할 수 있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면접에서 나올만한 질문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구조화 면접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평가자 변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즉, 평가자가 임의로 만들어내는 질문이 기존 면접보다 훨씬 적으며, 그 자율성도 낮다. 이는 지원자가 이미 예측한 질문의 틀에서 면접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대비하는 것뿐이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직무에 맞게 잘 다듬는다면, 질문 또한 이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평가자라면 궁금해할 내용을 모두 적어보자. 그리고 ‘나’의 경험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파내려 가자. 심사자에 빙의되는 것이다. 무엇이 궁금한가? 의심이 가는 부분은 없는가? 혹시 거짓말처럼 들리는 내용은 없는가? 면접에서 평가자도 당신과 똑같이, 그 부분을 궁금해할 것이다. 당신이 대비해야 할 지점이 바로 그곳이다.
여기에 한 가지 팁을 더할 필요가 있겠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이런 경우 지원자를 당황스럽게 하는 질문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바로 상황극이다.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는 방식이다. 이런 경우, 보통 평가자는 당신에게 두 개의 선택지를 준다. “A와 B, 둘 중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라는 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회사의 신제품 개발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팀장이 A 재료 대신 B재료를 사용하여 제품을 완성하라고 지시합니다. 이렇게 하면 재료 원가의 차액으로 회사는 연간 수십 억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B 재료는 제품 폐기 시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되어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는 회사의 가치관과 맞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의 지시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질문을 던진 면접관은 A와 B, 두 개의 선택지를 던져준다. 받아들일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인가? To be or not to be? 삶이냐 죽음이냐? 이런 질문은 양자 선택의 기로로 당신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많은 지원자들이 A와 B,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반드시 제시된 답만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은 면접 질문처럼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열린 질문의 세계에 살고 있다. 눈 앞에 제시된 선택지를 피해 제3의 길을 택한 경험이 분명 당신에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애인이 “자기야, 나 사랑해?”라고 물을 때, 당신은 꼭 “응, 사랑하지.”라고 답하는가? 혹자는 “별을 따다 달라고 하면 따다 줄 수 있어.” 라거나, “자기, 혹시 뭐 잘못한 거 있어?”라고 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번 주말에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갈까?”라고 말해 애인을 당황스럽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위의 질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으냐? 만약 실제 업무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현실적인 답안은 사실 A도 B도 아닌, 가상의 답변 C에 가깝다.
“일단 B 재료를 선택함으로써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잠정 이익을 계산하고, A를 선택했을 때와 다르게 B를 선택함으로써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 이를테면 환경 유해물질을 후처리 하여 유해물질을 제거하는데 드는 비용을 비교하여 그 결과를 팀장에게 보고하겠습니다. 이에 더해 회사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타격을 받게 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리스크도 함께 보고하겠습니다. 그 후에는 회사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고객과 사회를 진정으로 위하는 이 회사에서 이런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옳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회사 업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사안은 사실 말단 신입사원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를 묻는 이유는 지원자의 윤리성, 도덕성, 그리고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한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따른다'를 선택한다면 조직원으로서의 정체성이 부각될 수 있으나 개인적 윤리/도덕성에서 리스크가 생기고 '따르지 않는다'를 택한다면 윤리성과 도덕성은 어필할 수 있으나 조직보다 개인의 가치관을 우선하는 사람으로 조직생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위의 답변은 어떨까? 두 마리 토끼를 얻으면서 회사에 대한 로열티까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는 열린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당황하지 말자.
당신이 믿을 것은 오로지 당신의 자신감뿐이다.”
면접의 가장 기본 원칙은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당신을 괴롭히는 질문이 오더라도, 일단은 자신만만한 미소로 시작하자. 답변이 부족해도 상관없다. 한 질문에서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그다음 질문을 잘 대처하면 된다. 만약 실수가 마음에 걸리거든 언제든지 그 부분을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어필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당신 스스로를 믿고, 어떤 질문이 오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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