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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당신이 몰랐던 취업의 기준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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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Kyle Lee Nov 09. 2017

압박면접, 왜 하는 걸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많은 기업들이 ‘압박 면접’이 유행이었다. 압박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순발력과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스트레스 내성을 확인한다는 명목이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압박 면접이 유행이었다.

이유는 그럴듯하다.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고객의 클레임에서 심한 경우 중요한 거래처의 고위직급자와의 불화까지, 비즈니스 상대가 칼 끝을 날카롭게 벼러 내 목에 들이대고 있는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냉철한 사고와 신속한 판단력, 그리고 유연한 대응력이 관건이다. 압박 면접은 지원자가 이런 역량이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압박 면접의 유행은 오래지 않아 사그라들고 말았다. 한 때 너도 나도 이용할 만큼 트렌드가 되었던 효과적인 방법이, 왜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되었을까? 면접장을 나서는 순간 면접관이 압박했던 바로 그 지원자가 회사의 고객이 되어 회사를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때 유행했던 개그 프로 [갑과 을]을 보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개그 프로가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랫동안 ‘압박 면접’이라는 단어를 잊고 지냈다. 회사에서도 채용이 홍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면접관 교육을 따로 진행하며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더 이상 ‘압박 면접’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알게 모르게 압박 면접을 시행하고 있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압박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압박 면접을 경험하고 나니, 그 기업에 대해 갖고 있던 좋은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좋아해서 지원했는데, 사랑 고백했다가 따귀라도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면접을 보고 온 한 후배가 말했다. 후배가 지원한 회사는 적극적인 CSR 활동과 사원 복지, 그리고 급여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그 회사 사내식당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런 회사에서 왜,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먹는 압박 면접을 진행한 것일까?

먼저 오해의 여지를 없앨 필요가 있겠다. 간혹 면접관의 성격이 정말 괴팍하여 자기도 모르게 압박 면접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미리 계획된 ‘상황극’으로서 압박 면접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창 압박 면접이 트렌드이던 시절, 면접관들은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논의를 거치곤 했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3명인 경우, 면접관 한 명은 인성 부분의 검증을, 또 한 명은 직무와 관련된 전문성 검증을,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돌발 상황,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능력과 같은 부분을 검증하는 식이다. 즉 마지막 면접관이 총대를 메고 지원자를 압박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압박 면접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 신입 지원자가 면접을 보았다. 사실 이 지원자는 특별히 내세울만한 스펙도, 경험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약점은 면접관에게 굉장히 좋은 먹잇감이었다. 나라면 아마 영혼이 날아갔을 정도로, 지원자는 면접에서 바닥까지 탈탈 털렸다. 면접이 끝나갈 무렵, 지원자를 집중 공격했던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물었다.

“오늘 면접에서 지적을 많이 받았는데도 마지막까지 표정이 밝으시네요. 원래 성격이 밝은 편인가요?”

지원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래 성격이 긍정적인 것도 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면접에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질문하셨던 것들이 면접관으로서 충분히 궁금하실 내용이라고 생각했고,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렸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원자는 잠깐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덧붙였다.

“… 만약 제가 면접에 합격하게 된다면 면접관님과 함께 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불합격하게 되더라도 저는 이 면접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그렇기에 언제 어디서 면접관님을 뵙게 되더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면접관님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시작된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언제 어떻게 면접관님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지금처럼 웃으며 인사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미소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자의 답변에 면접관이 처음으로 웃음을 지었다. 이 지원자는 특별히 내세울 스펙도, 경험도 없었지만, 다른 쟁쟁한 지원자를 제치고 면접관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 인성과 잠재력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으면서.

이 지원자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면접관은 회사 내에서 사람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상무님이었다. 늘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분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몇 안 되는 임원 중 한 사람이었는데, 면접관으로서 할당된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잠시 악역을 맡았던 것뿐이었다. 지원자는 이 임원이 담당하는 부서에 들어가 좋은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만약 면접에서만 이 면접관을 마주한다면, 아무도 면접관이 가지고 있는 인덕을 모를 것이다. 면접에서의 역할은 면접관의 실제 성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모든 회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큰 기업에서 압박 면접을 할 때, 이런 상황도 만들어지곤 한다.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말자.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면접관의 성격이 정말 괴팍하여 지원자를 막 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역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원자를 공격한 면접관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되었던, 지원자의 지상 과제는 ‘면접에 합격하는 것’이다. 나의 잠재력을 모두 보여준 후에, 그리고 합격한 후에 그 회사에 갈지 가지 않을지를 지원자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원자는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괴로울 때 웃는 사람이 승자라고 하지 않던가. 융단폭격 같은 공격에도 당당한 지원자를 보면, 면접관은 이 지원자에게 자신감의 근간이 되는 무엇인가가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는 면접의 트렌드가 변해 ‘압박 면접’에서 ‘구조화 면접’으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세와 관계없이 여전히 여러 기업이 압박 면접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대의 압박을 여유 있게 웃어넘기자. 당신의 그릇이 회사보다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자. 그리고 기억하자. 승리하는 자가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자가 승리한다.

채용담당자가 알려주는 취업의 정석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8990652

인사팀 직원이 알려주는 인사업무 비법서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231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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