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난생처음 스냅사진

브루클린 브리지

by 이정우 LJW

사실 여행계획부터 고민했던 것이 '스냅사진'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통 커플들이 많이 찍고 있었고 가끔 혼자 여행 간 여자분들이 잘 이용했다는 후기가 보였다. 혼자 간 남자의 후기는 정말 손에 꼽았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니 혼자 가더라도 내 사진을 남기고 싶은데 돈이 좀 들더라도 스냅사진 찍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뉴욕에서의 두 번째 날 밤에 급하게 예약을 했다. 장소는 브루클린. 예약한 날은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IMG_8022.JPG 맞아. 오늘은 평일이었지. 뉴욕이 삶인 사람들의 평일 오전 10시 모습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을 나섰다. 뉴욕에서 정말 얼마 없는 '신축' 호텔이었고 매우 만족하며 지냈다. 내 객실 뷰는 그저 그랬지만 회사 복지로 싼 가격에 좋은 곳에 묵었다는 만족감이 더 컸다. 남자 혼자 여행하는데 사실 객실 뷰가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면서 뉴욕거리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전날 스타벅스 주문은 힘들었지만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는 핫 아메리카노는 쉽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호텔 근처의 스타벅스를 들러 핫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여지없이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 질문에 내 세례명인 'Anthony'로 대답했다. 세례명이 이렇게 쓰이다니. 그런데 내 발음이 이상한지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번 더 말했더니 'th'발음과 강세가 내 발음과 달랐다. 아, 이 이름도 아니다. 더 쉬운 이름으로 바꿔야겠다. 고 생각하며 뉴욕에서의 마지막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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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의 마지막 스타벅스(왼쪽), 브루클린으로 가는 지하철 입구 (오른쪽)

첼시에서 브루클린까지는 지하철로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롱아일랜드의 서쪽 끝에 위치한 뉴욕의 자치구인 만큼 맨해튼과 다리하나 사이에 둔 매우 가까운 곳이다. 이스트강을 건넌 후 하이스트리트 역에서 내렸다. 사진작가님과의 약속은 오전 11시. 살짝 시간이 있어 잠깐 브루클린 브리지를 보고 갈까 했는데 역에서 내리니 작가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준비한 오쏘몰 비타민을 드렸는데 다행히 고마워하면서 받아주셨다.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좀 고민하다 챙겼던 비타민이었다.


며칠 전 야간투어 이후 처음으로 사람과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하이스트리트역에서 브루클린 브리지는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일 정도로 가까웠다. 짧게 서로 소개를 하고 오늘의 일정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브루클린 브리지부터 점보를 거쳐 타임아웃 마켓 앞 이스트강 해변에서 사진을 찍고 마무리하는 코스였다. 그리고 브루클린 브리지로 가든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관광객 무리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서로 알아보고 놀라 손부터 덥석 잡았는데 발령 전까지 6년을 다닌 회사의 다른 팀 동료였다. 설연휴를 맞아 가족들과 부모님까지 모시고 단체여행을 온 것이었는데 이 시간 이곳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는 스냅사진을 찍어야 하고 만난 계단의 폭은 너무 좁았다. '연락할게요!' 하고 각자 갈길을 갔는데 나중에 다른 곳에서 또 만난 썰은 다음 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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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릿지 (왼쪽)과 하이스트리트 역에서 브루클린 브릿지로 올라가는 보행자 계단 앞 모습. 맨해튼으로 향하는 브루클린 브릿지 통행로 입구 (오른쪽)

계단을 마저 올라와서 본 브루클린 브리지는 정말 이번 여행에서 손에 꼽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높은 현수탑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져있는 케이블. 특히 석회암, 화강암 등으로 만들었다는 현수탑의 질감과 색깔이 브루클린의 전체적인 도시의 느낌과 굉장히 잘 맞는 느낌이었다. 저 멀리 맨해튼에서 걸어오는 관광객과 브루클린에서 출발하는 관광객이 뒤엉켜 다리 위는 꽤나 소란했는데 겨울이고 평일의 이 시간이니 망정이지, 성수기에 선셋 시간에는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나는 작가님의 코칭에 맞춰 여기도 서보고 저기도 서보고 시선도 바꿔보고 표정도 억지로 웃어보며 부끄럽지만 꾸역꾸역 사진을 찍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보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성 관광객도 혼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왜 여기서 스냅사진을 찍는지 알 것 같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중간중간 찍은 사진을 체크하며 스폿을 바꾼 후 점보에서 사진을 찍으려 내려갔다. 사진을 다 찍으면 꼭 이 브리지를 걸어서 맨해튼까지 갈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정리

1. 첼시에서 브루클린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하이스트리트 역에서 내려 보행자를 위한 계단램프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브루클린 브리지의 현수탑을 볼 수 있다.

2.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보는 맨해튼과 브루클린, 그리고 이스트강은 정말 멋지다. 사진작가님 말로는 흐리고 비 오는 날에는 더 멋지다고 한다.


#미국 여행 꿀팁 14

1. 뉴욕 스냅사진의 가격은 보통 1시간에 2~30만 원 정도 한다. 가격은 꽤 나가지만 뉴욕을 살면서 얼마나 와볼 것인가. 개인적으로 가격 이상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가격에는 보정까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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