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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LJW Sep 01. 2024

6년 5개월만에 사직원을 썼다.

퇴직은 아니지만 마음이 참 이상했다.

"6년 5개월"


사직원을 작성하려 들어간 내 프로필에 적힌 근속년수. 한 조직에서 이정도로 속해있었던 경우는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참 생각보다 오래 일했다, 운도 좋았네, 싶었다. 나에게 6년 5개월 동안 근무할 수 있게 꾸준히 원동력을 심어주었던 셈이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조직이었지만 그 안에서 정말 다양한 인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사업장에 있었다면 할 수 없었던 디테일한 업무까지 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나는 더 큰 조직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날, 다행이 대표님을 포함한 모든 리더분들이 출근해있었고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 그리고 동기들, 동년배들, 선/후배들 거의 다 출근해있어서 최대한 일일이 얼굴보고 인사를 드렸다. 현장분들은 따로 인사드리진 않았고 직장님들까지 인사를 드렸다. 마지막 저녁식사를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그러져서 서운했던지 한 직장님은 너무 서운한 얼굴과 말투를 하셔서 너무 죄송했다. 잠깐 도급업무를 맡아 자주 갔던 한 사업장으로 직접 달려가 거기 근무하는 스탭분들, 팀장님에게 인사했고 도급사 대표과 직원분들에게도 인사드릴 수 있었다. 거의 같이 입사한 인사팀 동료 형의 센스로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들고가 마치 내가 사는 것처럼 대접하면서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질 수 있었다.


자회사로 편입되어 여러 업무를 같이 수행한 자회사 생산팀장 두분에게도 전화로 인사드렸다. 직접가서 인사드리기에는 꽤나 거리가 있어 부득이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다음주부터 갈 곳의 파트장, 팀장님에게 전화드리는 것을 끝으로 마지막 인사를 마무리지었다.


퇴직도 아닌데 굉장히 헛헛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울렁거리고 먹먹하고. 두렵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이 감정은 뭘까? 뭔가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 감정은 뭘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사실 알게모르게 인사팀 분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과장님과 내 뒤에 앉은 동기 형이 그랬다. 특히 옆자리 앉은 과장님은 물론, 정말 서운해서 말도 안꺼낼 정도로 실망했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꽤나 업무적으로, 정신적으로 의지했던 사람이었다. 이렇게 내가 의지했던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혼자 힘으로 버텨야 된다는 막막함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물론, 그 곳도 나름대로의 끈끈한 분위기가 분명히 있겠지만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으니, 이 먹먹함은 아무래도 '외로움'의 감정이겠지.


아무튼 금요일 마지막 저녁식사를 끝으로 6여년간의 모든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떠나야할 사람을 위해 남아야할 사람이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떠나야할 사람은 그 사람대로, 남아야할 사람은 남아야할 사람대로 한 움큼의 걱정거리를 안고 작별인사를 했다.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뒤돌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 뒤는 돌아보되 걸음은 앞으로. 어쨌든 이 감정도 언젠가는 사라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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