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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Apr 10. 2021

각본 실습, 내 인생의 첫작품 쓰기

4. 키워드 작업

챕터 3. 키워드 작업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의 첫 문장입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써놓고 그 문장에 의지하여 다음 문장을 이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맘에 드는 문장 하나를 찾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도 했습니다. 소설 전체을 시작하는 첫번째 문장을 찾기 위해 작가는 아마도 수십 개의 문장을 써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각본 작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우리가 할 첫 번째 작업은 키워드를 정하는 작업입니다. 소설가가 작품의 첫 문장을 신중하게 정하는 것 같이 극작가는 자기 작품의 키워드를 신중하게 찾아내야합니다. 키워드를 찾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이유는 이 작업이 여러분이 왜, 지금, 이, 작품을 써야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대답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대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영화 <대부>가 말하고 싶은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가족? 복수? 역사? 마피아? 모두 아닙니다. 이 단어들은 키워드가 아니라 각본의 재료들입니다. 그렇다면 <대부>의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운명입니다. 영화의 모든 사건과 주인공의 행동은 ‘운명’을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폭력적인 가업을 잇지 않으려는 주인공 마이클(알 파치노)의 ‘운명’이 바뀌고, 미국으로 이민 온 이탈리아 가족의 비극적 ‘운명’이 펼쳐지고, 살인과 복수로 목숨을 뺐고 빼앗기는 등장인물들의 ‘운명’이 어떻게 인생을 뒤흔드는지를 보여주다가 마침내 결정적이고 ‘운명’적인 결말이 다가옵니다. 이렇게 영화 <대부>의 모든 사건은 ‘운명’을 거부했기 때문에 혹은 ‘운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런데, 만약 <대부>의 작가가 영화의 핵심 키워드를 ‘운명’이 아닌 ‘가족애’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을 썼다면 어떤 영화가 나왔을까요? 그랬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극대본의 키워드는 작가가 각본 작업을 하는 내내 대본의 주제와 방향과 디테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작가의 관점 그리고 기본 자세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조건 키워드를 하나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어서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도중에 내가 애초에 정했던 키워드가 내가 말하고 싶었던 그것이 아닌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 키워드 하나를 특정할 수 없다면 마음속에 넘쳐나는 이야기를 일단 주저 없이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더 이상 쓸 것이 없을 때까지 내 속의 이야기를 다 토해놓고 나면 그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원했던 ‘단어 하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제 막 각본 작업을 시작한 예비극작가 여러분들은 무엇을 쓰더라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키워드를 정해놓고 쓰든지, 무언가를 쓰다가 키워드를 발견하든지 간에 일단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조각이란 원래 돌 속에 존재하던 걸작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것처럼 각본 작업도 수많은 오답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남아있던 걸작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합니다.           


각본 실습 3) 다음 질문에 답해봅시다.     


1. 저는 영화 <대부>의 키워드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영화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이 책에서 ‘어느 날 갑자기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흡혈귀가 되어가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한 응급의사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이야기의 키워드는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 즉 부성애’입니다. 저는 <대부>의 키워드인 ‘운명’처럼 제가 작품을 쓰는 동안 ‘부성애’라는 키워드를 내내 기억하고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고 할 때마다 또다시 떠올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쓰려고 하는 이야기의 ‘운명’ 혹은 ‘부성애’는 무엇입니까?      


2. 저는 ‘부성애’라는 키워드를 가진 작품들을 찾아 제 작품의 레퍼런스(참고자료)로 삼았습니다. 소설 <가시고기>, 드라마 <추적자>, <피고인> 영화 <가족> <7번방의 선물> 등이 있었습니다. 그럼 여러분이 쓰려고 하는 작품과 같은 키워드를 가진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3.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작품의 키워드 하나를 정할 수가 없다면 키워드가 될 만한 유사한 단어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그것들 중에 단 하나의 단어가 남을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깊이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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