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로그라인 작업
챕터 4. 로그라인 작업
로그라인은 내 작품이 어떤 이야기인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한 줄의 문장’을 말합니다.
로그라인은 작품의 첫인상 같은 것입니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보편적인 공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깊이 알게 되면 그에 대한 첫인상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호감과 비호감으로 나뉘었던 첫인상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작품의 첫인상인 ‘로그라인’은 극작가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극작가는 한정된 시간 안에 작품을 설명하거나 기획서의 첫 장부터 감독과 제작자, 배우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로그라인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로그라인을 만들 때는 제일 먼저 ‘후킹’이라는 영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로그라인 작업은 듣는 사람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낚아 올릴 힘 있는 문장을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 로그라인을 쓴 후 그 로그라인에 ‘낚아 올리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친구들에게 먼저 테스트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나의 로그라인에 그런 ‘후킹의 힘’이 부족하다면 그 힘이 생길 때까지 문장을 수정하거나 단어를 대체해 보십시오. 사람들이 나의 로그라인을 듣자마자 ‘오, 그래서? 그 얘기는 어떻게 되는 건데?’하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될 때까지 바꾸고 고치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에서 앞으로 제가 써나갈 작품인 <착한 악마>의 로그라인은 “그 날, 내 아이는 흡혈귀가 되었다.”입니다. 어떤가요? 낚이셨나요? 저는 이 문장으로 지인들에게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열에 아홉은 ‘왜? 아이가 왜 흡혈귀가 된 거야?’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들은 제 로그라인에 낚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이 어떤 ‘후킹’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제가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이 문장을 읽은(혹은 들은) 사람들은 어떤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그 날? 그 날이 언젠데?’, ‘그 날이 무슨 특별한 날이었나?’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머리 속에 생겨납니다. ‘내 아이’라는 단어에서는 ‘글의 화자가 아이의 아버지나 엄마겠구나..’, ‘내가 그 부모였다면?’, ‘부모 마음이 찢어졌겠다.’ 같은 생각이 떠오르며 마음이 쿵,하고 소리를 냅니다. ‘흡혈귀가 되었다.’라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질문과 궁금증이 생깁니다. ‘흡혈귀? 에이, 이 세상에 무슨 흡혈귀가 있다고.’, ‘근데 내 아이가 정말 흡혈귀가 된다면 어쩌지?’, ‘뭐야, 이거 실화야 SF야?’ 같은 여러 가지 질문과 ‘뱀파이어, 재미있지.. 근데 어떤 종류의 뱀파이어야? <블레이드>나 <언더월드> 같은 액션물이야? 아니면 <렛미인>이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은 드라마 종류야?’하며 장르에 대한 궁금증까지 생겨납니다. 이 모든 질문들과 궁금증이 바로 ‘괜찮은’ 로그라인에 ‘낚인’ 증거들입니다.
이런 ‘후킹적’ 로그라인은 독자나 청자들을 순식간에 낚아서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음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무슨 이야기가 이어질까 집중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난 다음에야 남은 일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그게 말이야...’하면서 뒷이야기를 이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은 유명해진 한 시나리오 작가는 젊은 시절 하루에 한 줄, 작품이 될 만한 로그라인을 쓰지 못하면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좋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한 철칙으로 ‘후킹적’ 로그라인을 하루에 하나씩 쓰기로 작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정한 날부터 그는 밤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심플해 보였던 로그라인 작업이 알고 보니 불면의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그는 잠을 자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로그라인 하나를 완성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그 날의 로그라인을 생각하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술자리에서도, 밥자리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로그라인을 계속 생각했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오늘의 로그라인’을 얘기했다고 합니다. 잠을 볼모로 전투적으로 로그라인을 썼던 습관 덕분에 그는 수백 개의 ‘후킹적’ 로그라인을 만들어냈고 그의 로그라인들은 지금 수십 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감독과 제작자를 낚아 올릴 여러분만의 ‘후킹적’ 로그라인을 쓸 차례입니다. 도전해보십시오. 비록 오늘 밤을 샌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각본 실습4) 다음 질문들에 답변하거나 실행에 옮기십시오.
1. 내 이야기의 로그라인을 친구들에게 들려주었습니까? 내 로그라인을 들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2. 친구들이 나의 로그라인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수정을 한 후 다사 도전하십시오.
3. 로그라인은 영화 홍보의 카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의 경우는 런칭 예고편에 쓰인 문장이거나 작가가 쓴 기획안 혹은 시놉시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의 로그라인을 영화의 홈페이지나 IMDB / 로튼토마토 같은 웹사이트에서 찾아서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해봅시다. 리스트 옆 칸에 작품들이 왜 그 문장을 로그라인으로 뽑았는지 역산하여 그 이유를 짐작해봅시다. 혹 작품의 기존 로그라인보다 더 좋은 로그라인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면 함께 기록해 보는 것도 매우 유익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