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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Apr 10. 2021

각본 실습, 내 인생의 첫작품 쓰기

6. 액션 아이디어 작업

챕터 5. 액션 아이디어 작업


액션 아이디어는 200~300자 정도로 쓴 극대본의 행동 요약문입니다.     

여러분이 고래라도 낚을 만한 강력한 로그라인을 뽑았다면 저는 그 다음 순서로 액션 아이디어 작업을 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마이클 티어노의 ‘액션 아이디어’ 개념을 빌어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티어노는 좋은 액션 아이디어는 좋은 영화의 시작이며 끝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인데요,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인용하여 현대의 시나리오 작법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2400년 전에 쓴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현대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각본 작업의 기본 원칙이 거의 다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티어노는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임무 수행 명령이라는 말을 현대적 용어인 액션 아이디어로 바꾸었습니다. 여기서 액션 아이디어는 단어 뜻 그대로 극중 인물의 행동을 수행하게 하는 작가의 생각 혹은 명령이라는 말입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액션 아이디어는 ‘(작가가 특정한 극의 사건 설정 속에서 주인공이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명령(혹은 상황 설계)이라는 뜻입니다. 이 정의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예비극작가가 각본 작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티어노는 극중 등장인물들이 1. 어떤 임무를 가지고 2. 그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200~300자 정도로 쓸 수 있다면 플롯(극대본의 종합설계도)을 다 구축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데요, 저는 그의 말에 100% 동의합니다.      

숙련된 작가들은 로그라인을 뽑고 난 후 A4 용지 1~2장 분량의 짧은 시놉시스를 바로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저는 예비극작가 여러분들이 시놉시스를 쓰기 전에 꼭 ‘액션 아이디어’를 먼저 써보시기를 권합니다. 로그라인에서 시놉시스로 바로 점프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필력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티어노의 책에 있는 ‘액션 아이디어’를 하나 빌려와서 ‘액션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액션 아이디어>

키팅 선생은 어린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좇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 일로 학생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을 만든다. 그들 중 한 명인 닐은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면서 연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닐의 아버지는 닐을 사관학교로 보낸다. 닐은 결국 자살하고, 키팅 선생은 학교에서 쫓겨난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이 교실을 떠날 때 책상에 올라가 그를 기린다.     


여기서 우리는 ‘액션 아이디어’를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죽은 시인의 사회>의 액션 아이디어에서 액션 즉 ‘행동’들만 뽑아서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문장에 있는 행동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1. 말하다. 2. 만든다. 3. 거역한다. 4. 보낸다. 5. 자살한다. 6. 쫓겨난다. 7. 올라간다. 8. 기린다. 입니다. 써놓고 보니 모두 행동을 말하는 동사들이고 형용사는 없습니다. 동사들의 주어는 각각 다르지만 동사(행동)들만 이렇게 따로 뽑아서 써놓고 보니까 이제 액션 아이디어가 왜 ‘임무의 수행 명령’인지 짐작이 갑니다.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은 바로 이 동사(행동)들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등장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동사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전에 제가 <죽은 시인의 사회>의 액션 아이디어에서 동사들만 뽑아서 적어 본 것처럼 이제 여러분들이 자기 이야기의 동사들을 구상해볼 차례입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동사(행동)들로 잘 정리할 수 있다면 탄탄한 플롯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단단한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작업에서 꼭 기억해야할 것은 주인공(등장인물)의 심리나 상황은 나중에 덧붙이기로 하고 먼저 동사(행동)를 위주로 쓰는 것입니다.      

그럼 제가 먼저 “그 날, 내 아이는 흡혈귀가 되었다.”라는 <착한 악마>의 로그라인을 액션 아이디어로 발전시켜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합니다. 머리 속에 있는 이야기의 필연적인 사건들을 동사로 끝나는 단문으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명확하게 하기 정하기 위해서 동사는 되도록 현재형 능동태로 쓰기로 합니다. 이 작업을 할 때 동사의 주어는 대강 생각만 해놓고 나중에 붙이기로 합니다. 지금 제 머리 속에 있는 이야기 <착한 악마>의 동사들은 ‘1. 문다. 2. 먹는다. 3. 찾는다. 4. 도망한다. 5. 뒤쫓는다. 6. 납치한다. 7. 추적한다. 8. 된다. 9. 복수한다. 10. 치료한다.’로 정리됩니다. 이제 그 동사들을 순서대로 써놓은 후에 각 동사(행동)들의 주어를 한번 붙여봅니다.      


1. (누군가가 내 아이를) 문다. 

2. (내 아이가 다른 사람/동물의 피를) 먹는다. 

3. (경찰이 아이를) 찾는다. 

4. (주인공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한다. 

5. (누군가가 주인공과 아이를) 뒤쫓는다. 

6. (흡혈귀가 아이를) 납치한다.

7. (주인공이 흡혈귀를) 추적한다.

8. (주인공이 흡혈귀가) 된다.

9. (주인공이 흡혈귀를 찾아) 복수한다. 

10. (주인공이 아이를) 치료한다.     


이렇게 동사를 순서대로 써놓고 보니 이 이야기의 액션 아이디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작업을 하고 난 후 각 동사의 주어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문장을 다듬은 후 이어보았습니다.      


내 아이가 뱀파이어에게 물린다뱀파이어가 된 아이는 행인을 덮쳐 피를 빨아먹는다경찰이 내 아이를 찾는다나는 아이를 데리고 도망한다나와 아이는 경찰과 뱀파이어에게 쫓긴다뱀파이어는 나로부터 아이를 납치해 간다나는 아이를 찾기 위해 뱀파이어를 추적한다나는 뱀파이어를 이기기 위해 나 스스로 뱀파이어가 된다나는 내 아이를 뱀파이어로 만든 놈들을 찾아 복수한다나는 백신으로 아이를 치료한다.”      


이제 저는 액션 아이디어의 초안을 완성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저는 제가 쓰려는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대강의 큰 틀을 잡은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이 액션 아이디어를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합니다. 저는 아이의 나이와 아버지의 직업을 정하고 상황에 필요한 단어를 추가했습니다. 그런 후에 미리 정해놓았던 작품의 제목을 붙이고 작품의 키워드와 로그라인을 순서대로 한번 써보았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제 작품은 아래와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제목   착한 악마

키워드  부성애父性愛 :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

로그라인  그 날, 내 아이는 흡혈귀가 되었다.

액션 아이디어   어느 날, 7살 민호가 뱀파이어에게 물린다. 뱀파이어가 된 민호는 행인을

                      덮치고 경찰은 민호를 찾는다. 응급의사인 아버지 정원은 민호를 숨기고 

                      남몰래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정원은 경찰과 뱀파이어를 피해 민호를 

                      데리고 도망친다. 그런데, 뱀파이어들이 민호를 납치해간다. 정원은 민호를

                      치료할 백신을 개발하는 동시에 민호를 되찾기 위해 뱀파이어를 뒤쫓는다. 

                      힘의 차이 때문에 매번 실패를 거듭하자 정원은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어 뱀파이어에게 

                      복수한다. 마침내 민호를 찾은 정원은 하나밖에 없는 치료 백신을 민호에게 주사하고 

                      자신은 뱀파이어가 되어 홀로 남는다.


이렇게 작품의 제목-키워드-로그라인-액션 아이디어를 차례로 써놓고 보니까 막연했던 생각이 보다 명료해진 거 같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쓰기만 하면 아주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느낍니다.(자기 확신은 극대본 집필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뻑이 필수적입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제가 한 작업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따라해 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여러분이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여러분은 이제 인생의 첫 작품을 멋지게 써낼 수 있는 청사진을 소유하게 되신 겁니다.          


각본 실습5) 다음 항목을 실제로 연습해봅시다.     


1.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TV 단막극을 다시 본 후 액션 아이디어를 써봅시다. 

2. 영화 <대부1>를 보고 액션 아이디어를 써봅시다. 다 쓴 후에 아래에 있는 대부의 액션 아이디어와 내가 쓴 액션 아이디어를 비교해봅시다. 두 글에서 차이를 발견했다면 그 차이가 왜 생겼는지 서로 비교하면서 생각해봅시다.     


영화 대부1 > 액션 아이디어

마이클은 가족이 하던 마피아 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아버지 돈 꼴레오네가 총에 맞아서 죽자 쏠로쪼와 맥컬스키 경감을 죽이고 그 일을 떠맡는다. 그와 동시에 경쟁관계에 있던 모든 마피아를 죽인 뒤 미국 마피아의 최고 자리에 오르면서 새로운 대부가 된다. 그리고 그는 자기 가족 내부에 있는 적들을 모두 죽인다. 그는 대부로서 자신의 운명을 따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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